Azienda Agraria Viola, Tradizione
항상 사용하던 올리브 오일을 한 번 바꿔보자 싶어서 정식 수입품과 개인통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정식 수입품을 선택했다.
농업에 대한 시각이 변하면서 EVOO또한 자연스럽게 떼루아와 단일 품종 등의 고유한 장점들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제품들이 많아진 만큼 평소에는 그런 제품들을 계속 사용해왔지만, 올리브 경작과 가공의 정신을 이해한다면 반드시 단일 품종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일단 같은 품종이어도 이베리아에서 해안가에 재배되는 경우와 내륙의 경우가 다른 등 품종이 전부를 해석하는 지침은 아니며, 일정한 개성의 이정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 정보를 드러내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투명성의 문제일 뿐 그것이 정해진 품질의 기준은 아니다. 좋은 오일에 대해서는 더욱 복잡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만 부합한다면 극단적으로는 대형 마트 납품용의 수십 가지 오일이 섞여들어간 종류와 유사한 레시피라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다. 다만, 그런 제품들은 다른 품질을 위한 요건들, 수확과 압착, 추출 등의 공정에서 타협이 불가능하므로 현실적으로는 경쟁 상대로 볼 만한 제품은 없다.
단일 품종 제품들의 사정도 복잡할 지언대 혼합유라고 간단할 리는 없다. 혼합이라고 해도 남쪽인 아풀리아 등지에서는 해당 지역의 맹주인 코라티나를 중심으로 강한 고소함을 지닌 오일이 나온다면 토스카나~움브리아의 오일은 블렌딩에 항상 첨가되는 모라이올로 덕분에 놀랄 만한 매콤함을 지닌다. 하지만 지역마다 왕도의 배합이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엄밀히 말해서 토스카나의 "끼안티 클라시코"와 움브리아의 GI 요건은 조금 다르지만, 프란토이오/레치노/모라이올로 3종을 공유하는 식이다. 품질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한 번 기억해두고 나면 혼합이라고 해도 일정한 인상을 떠올릴 수 있다.
비올라의 트라디지오네는 이러한 토스카나/움브리아 오일의 전형 중의 전형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off-flavor는 극단적으로 적고, 프란토이오의 이름처럼 강렬한 과실향과 모라이올로의 독특한 아티초크향이 청명하다. 다만 백후추-아티초크의 강렬함이 다소간 과한 수준에 이르러 있으므로 사용하기에 쉬운 제품만은 아니다.
해당 지역 올리브로서는 전형적인 특징들을 지녔다고 했지만 다시 더 흐릿한 올리브 오일의 세계의 눈에서는 전형적이지 않기도 하다. 와인의 전형적 특징이라는 말이 무의미하듯이 올리브 오일 또한 그렇다. 하지만 와인과는 달리 전적으로 맛보기에는 쓸 수 없는 조리용 도구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권하기는 훨씬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종 올리브 오일을 바꾼다. 찬장에서 떠나는 여행,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처럼 두근거리는 일이다. 그 풍미를 통해 그들의 삶과 문화, 취향을 느끼고 주방에서는 그에 대한 나의 해석을 담는다. 어떤 맛을 요리할 것인가, 요리를 통해 어떤 맛을 낼 것이냐? 그 사이에 존재하는 취향(geschmack), 이것이 삶을 인간답게 만든다.
- 불가피하게 위스키 테이스팅용 잔을 사용했지만 본래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 잔을 사용해야 한다. 시퍼렇게 생겼고 주둥이가 넓고 납작한 잔으로 오일의 품질을 검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로 규격화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