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트로즈 에센셜 스파게티 - 착잡한 사업
이마트 한 켠에서 이 제품을 보았다. 그래, 이마트가 웨이트로즈 브랜드를 아직도 수입하고 있구나. 500G에 2천원으로 데체코 등의 제품들과 유사한 단위에서 경쟁하는 제품인데 삶아보면 만족스럽지 않다. 라이센스 제품으로 생산자는 룸모인데, 룸모의 원품도 원래 이렇게 상태가 안좋았나 되짚어보게 만드는 수준이다.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시간까지 삶으면 식감이 너무 안좋고, 조리시간을 줄이거나 방법을 조금 달리하면 그나마 낫지만 듀럼밀로 식사를 하는 기분을 충족시켜주지 않는다.
애초에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웨이트로즈가 있는 본토 잉글랜드에서는 데체코의 반값 포지션인 제품이다. 데체코 스파게티가 웨이트로즈 매장에서 1킬로 묶음에 2파운드인데, 자사 PB제품은 1.15파운드. 이러려고 만들어진 제품이고 딱 그 기대에 걸맞는 퍼포먼스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그런 가격대가 아니라는 점에 있다. 고작해야 천 원, 이 천원에 뭘 바라냐고 하지만 이 제품의 가격은 내 가계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보다도, 이 제품이 이런 가격대에 있음으로서 왜곡되는 마트 찬장의 현실에 악영향을 끼친다. 무엇보다도 수입식품을 통해 쇼핑 경험을 개선하겠다고 낸 아이디어라는게 외국의 마트 체인 PB상품 수입이라는 점이 개탄스럽다. 대형마트간 유의미한 경쟁이 안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마트건, 백화점이건 그들의 '보는 눈'에 의존하게 되는데, 고르고 고른 결과가 이렇다. 이 천원짜리 면을 판매하는 장소에서 왜 수십 만원짜리 식사까지 그렇게 되는지가 보인다. 그들이 성공하는 한 한국의 식문화는 답보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버니까 괜찮다고? 지난 십 년동안 코스트코의 시가총액이 500%로 팽창하는동안 이마트는 7조에서 4.4조로 토막이 났다. 회사 중역들의 인생까지 바꾸지는 않겠지만, 장사를 잘한다면 기업도 좋고 소비자도 좋을텐데 좁은 땅에서 서로 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