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sh Wush, Low O2 Natural, Keffa, Ethiopia

Wush Wush, Low O2 Natural, Keffa, Ethiopia

커피의 다양한 생산 방식때문에 표기의 방법부터도 고민이다. 우시 우시는 특정 농장이 아니라 마을 단위 정도 되는 지역 이름이다. 그러나 커피는 그 인근 다양한 지역에서 수확되었는데, 이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워싱 스테이션이다. 이제 5년 즈음 더 지난 신생의 워싱 스테이션으로, Dinkalem Amede를 주축으로 한 소규모 기업이다. 커피 원두의 품질, 그리고 작업환경의 위생을 중요시하는 생산 철학으로 빠르게 스페셜티 수준의 원두를 생산하게 되었고, 이제는 그 이름을 동아시아 어디께에서도 종종 들어볼 정도이다. 이 워싱 스테이션이 위치한 지역의 이름이 우시 우시로, 농장 단위가 아닌 지역조합 비스무리하게 굴러가는 에티오피아의 특성 덕에 지역명이 마치 농장의 이름처럼 통하게 되었다.

커피 원두를 가공하는 과정 중간에 식용 포장비닐을 씌워 공기 접촉을 조절하는 방식이 이 커피의 가장 큰 존재의의이다. 공기중의 야생 효모들의 개입을 차단하고, 발효의 정도를 더욱 미세하게 조절한다. 그 결과는 썩 놀랍다. 제공되는 테이스팅 노트가 그레나딘을 이야기하길래, 과연 커피 플레이버 휠에 용어가 너무 많은게 아닐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명백히 시트러스류가 아닌, 핵과와 사과의 청명한 과육의 그림이 보인다. 이게 가능한 것은 풍성한 달콤함 덕분이다. 촉각과 후각을 통해 정신없는 영화의 한 쇼트 정도의 시간동안 미소를 머금게 된다.

이 커피는 근래 종종 보이고 있는 무산소발효Anaerobic fermentation에 대한 일종의 답변과도 같은데, 새로운 커피 가공법의 풍미에 사람들이 관심은 많이 가졌지만 과연 그것이 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오닉스 커피 랩의 커피는 두 가지를 진단한다. 하나, 반드시 산소의 차단이 계피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둘, 종종 이 공정을 와인의 탄소침용에 빗대는데 와인과 동일한 화학반응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그래서 이걸 보여주기 위해 베드에 누여 발효하기 전 밀봉 후 암실에서 발효를 거친다. 빛과 열 등이 통제된 상태에서 커피의 변화를 보여주는 이 커피는 커피 발효는 왜 하는가에 대한 그들의 응답이기도 하다.

실험적인 배치인 만큼 노동집약적인 생산 공정과 적은 생산량 덕에 20온스에 미국에서 40달러, 한국에서 6만원이라는 불만스러운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 가격만큼 커피에 대한 풍성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이런 커피는 집에서 20온스를 내리 마시는게 아니라 커피 바에서 많은 사람들이 두 번 정도 마셔보는게 가장 좋겠다. 무산소는 계피향 난다, 그리고 취향의 문제라고 덮어버릴 게 아니라. 커피는 무엇인가, 가공은 왜 하는가, 커피는 왜 마시는가를 계속해서 질문하고 또 그 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커피 랩"이라고 이름을 지었다면 더욱이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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