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쿠브레 - 우려의 제과점

얀 쿠브레 - 우려의 제과점

문학동네에서 프랑스사람 몇을 국내로 들여와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솔직히 문학동네라는 출판사의 본업에도 별로 만족을 안하는데 카페 사업이야 내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그렇지만 이 얀 쿠브레가 백화점 팝업에 이어 무려 분점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자하니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아 쓴다.

얀 쿠브레의 첫 홍보 전략은 프랑스와 가격과 레시피가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후자보다도 전자는 반가웠다. 언제나 조악한 카피를 더 비싸게 사야하는 현실에서 카탈로그에 유로 가격까지 친절히 표시해주어가며 가성비로 접근하는 제과점이라니.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드디어 서울의 극소량 생산 방식의 제과점들이 좀 긴장하겠군. 게다가 쏟아내는 생산량도 가히 훌륭하다. 주말에, 평일 저녁에 가도 내가 찾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바바 반죽을 굽는다면 이정도 규모로는 구워야지. 넉넉히 찬 쇼케이스는 마음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생활도 풍요롭게 한다. 줄서기의 시대에 줄 설 필요가 없다.

해외 제과사의 브랜드를 빌린 전략 또한 탁월하다. 현재 서울의 제과점들이 지니지 못한 점, 바로 레시피 단계의 설계능력의 부재를 컨설턴트가 훌륭히 메워준다. 히 오 레를 채워 변주한 바바 오 럼과 같은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파괴적이다. 아즈텍과 같은 초콜릿 디저트는 적어도 이곳이 더 이상 피에르 에르메의 카피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음을 놓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쏟아내는 환경에서 되지 않는 것들도 눈에 짚인다. 크로아상은 확실히 가격을 많이 신경 쓴 모양새지만-그래도 카탈로그상 프랑스와의 가격차는 현저한데, 현지 사정이 그만큼 가혹하다- 안전한 발효를 선택해 그만큼 맛의 만족도는 떨어진다. 보통 이상의 크로아상이지만 광고하는 브랜드값에 걸치지는 못한다. 바바의 히 오 레는 바닐라를 때려넣은 풍미와 반죽의 가락이 가히 좋은 레시피라고 하겠지만 그 질감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즈텍 역시 기본적인 설계의 의도는 느껴지지만 틀의 단단함, 속의 끈적함이 이상적인 상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순서와 호흡을 맞춰 설계해둔 맛이 박자가 어긋나 분리된다.

충격적인 수준의 QC를 보여주는 공트란 쉐리에, 멸망하고 만 피에르 에르메 이후 또 서울에는 한 명의 프랑스인이 상륙했다. 나는 그들의 양적 확장이 즐거우면서도 우려스럽다. 레시피를 전부 전해주고 실무자가 현장에 파견되서 충분히 견습을 시켰다 해도 당연히 완성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본점의 제품들 중 어떤 것들은 아예 국내에 도입하지 않는 등 이미 이런 요소들이 많이 고려된 모습임에도 긴장감이 남아있다. 질의 확보가 아닌 양적 확장으로 나아간다면 나는 그들의 행보가 우려스럽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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