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쇼쿠야 코우 - 남의 추억

요쇼쿠야 코우 - 남의 추억

'요쇼쿠'를 한다는 가게에 젊은 사람들이 가득한 것은 썩 흥미로운 풍경이다. '요쇼쿠'가 이렇게 젊은 음식은 아닌데. 하지만 우리에게 일본은 생활 공간이 아닌 여행지로, 그곳의 낡은 음식 역시 특별하고 아련한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으니 뭇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가게를 가득 메우는 것도 놀라울 일은 아니다.

원래는 옆의 소바하우스 멘야준에서 점심을 해결할 요량으로 홍대에 멈춰섰지만, 그새 엄청나게 불어난 대기줄에-내 기억 속에는 기다림이 없는 곳이었는데- 옆 가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물론, 이곳도 상당한 대기를 요하기는 매한가지였지만 그래도 비교적 빠르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주방에는 몇 개의 소스팬과 보온해 놓은 햄버그, 그리고 미리 한 번 볶아놓은 야채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튀김기에서는 쉬지 않고 무언가가 계속 튀겨지고 있으니, 그래, 마음은 자연스레 튀김 하나를 나누고 햄버그를 먹는 쪽으로 기울었다.

햄버그에 대해 생각해본다. 다진 고기의 입자감보다도 밀가루로 인해 뭉친 반죽의 느낌. 안 그래도 이번 여름 햄버그의 기원이 되는 북독일 지방에서 감자나 밀가루를 다진 고기에 넣고 뭉치는, 이런 부류 요리의 기원 같은 요리를 먹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옛스러운 전통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에서도 그런 요리를 찾아 먹는 사람은 정말 잘 없다. 외국인이 아니라 독일인까지도. 추억이라며 아름답다고 부르기에는 피할 수 없는 가난의 맛, 양 불리기의 문법이 가진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 밀가루를 사용하는 햄버그가 현대적 의의를 상실한 것은 아니다. 먹기 어려운 부위에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는 방식으로 갈고 다진 다음 뭉치는 방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기다림의 의미를 가진 햄버그가 되기에는 모자랐다. 양파나 밀가루, 돼지고기 등 '함바그'의 문법에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불완전한 쾌락을 긍정할 추억이 우리에게는 없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육소시지에 대한 추억이 없는 것처럼, 이 요리 역시도 정서적 그리움이 없다면 온전히 즐길 수 없는 영역에 머무르고 있었다. 소스와 야채는 이런 설정의 가게라면 역시 그랬을 것들이었으므로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궁금한 사람이라면 카운터 자리를 추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경양식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가게가 소중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에게는 일상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특별할 수 밖에 없는 특유의 경양식 요리가 다채롭게 구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치킨난반 역시 마찬가지. 감동이 없는 타르타르 소스였지만 널찍하게 펼쳐 튀긴 닭튀김에 타르타르를 담뿍 올려 먹고 싶은 그런 날이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경양식이라면 딱 이런 느낌으로 남지 않을까. 일본 문화에 대한 알다가도 모를 호감이 나머지를 해결하는 구조의 요리. 주방의 분위기가 화목하고 사람이 친절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행복한 가게에서 굳이 하나를 남기고 싶다. 햄버그는 쇠고기가 희생하지 않는 요리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그래도 될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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