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유안 - 2020년 여름

나는 사계절 호텔과 완전히 이해관계를 가지지 않는 사람이므로 이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호텔을 중심으로 한 자본이 외식 문화의 흐름의 앞잡이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것은 광화문에 뿌리내린지 얼마 안 된 포 시즌스 서울이라고 말이다.

이 날 시그니처 테이스팅이 아닌 여름 프로모션 메뉴인 머드 크랩과 몇 가지의 단품으로 식사를 했다. 나는 이러한 '프로모션'등의 일시적인 메뉴는 이러한 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게시하지 않는데, 이러한 경험은 그야말로 공유가 불가능하므로 불필요한 신비화를 낳을 뿐 읽는 이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머드 크랩 프로모션은 여름 내내 진행될 것을 확인했기에, 이번 여름의 유 유안의 정식 메뉴에 포함된다고 취급하기에 충분하였으므로, 기왕에 여름 메뉴 몇 가지를 더해 글을 쓰게 되었다.

방문 전

유 유안의 예약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진행하였다. 전화나 온라인 웹사이트 예약까지 제공하고 있으니 방법을 편하게 고를 수 있다. 웹 사이트를 통해 자리를 살펴본 뒤 다른 방법으로 예약해도 무방하다. 예약금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예약이 확정되면 외부 API를 통해 예약 정보를 온라인으로 입력하여 관리하며, 이를 예약자에게 발송한다. 예약 전일 확인 문자가 다시 한 번 발송되나 당일 확인 전화는 별도로 하지 않는다.

요리

유 유안의 이번 여름 메뉴인 머드 크랩은 메뉴의 구성마저도 가능한 한도내에서 그를 전사하고 있는데, 게의 크기와 마리수를 선택하는 지점이 그것이다. 내가 경험이 짧아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러한 경우가 gastronomy의 바깥에서 주로 일어나는데, 중국 대륙, 국공내전 이후 PRC의 복잡한 근현대사와 더불어 중국 요리는 참으로 적나라하다. 게의 크기를 고른다는 행위는 중국의 문화에서 어떤 의미인가. 비록 500g와 700g, 두 가지로 형식만을 갖추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선택지로서 기능하지 못하나, 이상하게 중국의, 특히 해산물을 취급하는 곳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식재료의 가격으로 객의 등급을 나누는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다행히도 실제처럼 대우를 차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무게를 달아서 메뉴 가격을 매긴다거나, 같은 요리임에도 크기나 산지, 등급별로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 스스로, 또는 누군가 '고급'이라 칭하는 중국 계열의 식당에서는 으레 가장 자신있게 내미는 메뉴에서 따로 분류되어 있는, 건해산물과 제비집, 악어와 같은 것들을 대우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마지막 방문도 오래 전이고 중국의 요식업 시장에는 관심을 끄는게 행복의 길이므로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특히나 건어물을 비롯하여, 해산물에 대해서는 이런 식의 가격 매기기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심해지면 심해졌지 없어지지 않았으리라 추측한다) 과연 먹지 않으면 되는 만 단위의 악어 요리와는 또 다른 궤로, 같은 요리임에도 재료를 달리하여 백 위안 이하부터 6천, 1만 위안 이상으로 요리의 가격이 치솟는다. 서구에서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의 역할을 중국에서는 건해산물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유쾌하지는 않은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러한 드라마틱한(또는 천문학적인?) 차이가 아닌, 단순히 인원수에 따른 예산 배정 정도로 이해되는 범위 내이다. 나는 700g 한 마리를 선택했고 KRW 110000을 지불했다.

다행히도 유 유안은 중국 문화의 그러한 탐욕적인 부분을 전도하기 위해 서울에 자리한 것은 아니므로, 이런 식으로도 만날 수 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앞 사진과 이 사진이 의미하는 바를 알리라. 광동 요리, 넓게는 중국 요리를 선보인다고 하면 이런 디테일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미신이어도 어쩔 것인가. 주둥이를 항상 사람을 향하지 않게. 이것은 예절이고 손님을 맞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음주를 하지 않겠다 다짐한 적도 없기는 하지만,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시간에 곧 뒤따르는 얼음이 가득찬 수레는 포 시즌스의 아시아 지부의 존재 의의를 밝힌다. 거품 가득한 와인을 싣고 끌차(chariot)가 우리를 마주하는 순간 칸톤 요리는 서구와 호흡한다. 비록 이 날 플립 플랍을 신은 객과 수영장에서 갓 올라온 듯한 반바지 손님들을 지나가는 눈으로 보게 된 것은 굉장히 실망스러웠으나, 자주 있는 일은 아니므로 굳이 글에서만 밝히는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쓰면 이 한 병의 테이스팅에 집중을 할 수 없으니.

다사다난하게도 식사를 시작할 준비를 마치면 곧 준비되는 아뮤즈, 새우를 중심으로 한 한 입거리와 클렌저로 식사 전을 정리할 수 있는 음료. 형식은 크게 바뀌지 않지만 디테일은 항상 바뀌는데, 아뮤즈라는 말뜻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그야말로 그날 그날의 깜짝을 즐기는 게 아뮤즈이다.

갑작스레 마주쳤더라도 마요네즈와 파프리카의 호흡-적당한 자극과 새우의 흐리지 않은 감칠맛으로 식사의 기대감을 가지기 충분하며, 생강과 알로에를 맞추어낸 주스 또한 경쾌했다. 비록 식전주를 주문하는 입장에서는 식사의 시작도 전에 차부터 세 가지의 음료를 마주하게 되므로 고민은 조금 있지만, 적어도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지는 않는다.

매콤한 목이버섯 냉채, black fungus in spicy soy sauce, 凉拌木耳

유 유안은 완전한 정격 광동을 추구하지 않고, 스스로 말하길 '1920년대 상하이'의 낭만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고 있으므로 이런 요리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사천 요리의 대표적인 냉채로 부드러움의 정도를 잘 잡아낸 점은 기본이지만 사천 요리 특유의 자극은 많이 정제되었다는 느낌인데, 전채라는 위치를 고려했다기보다는 현실과 타협한 지점으로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라 요리 등으로 한껏 중국 요리의 목이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한 걸음 더를 가능케 하는 요리이다. 목이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 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다.

흑후추소스 갈비찜, steamed short rib in black pepper sauce, 黑椒牛仔骨

원하던 딤섬을 주문할 수 없었으므로-내가 이 곳에서 반드시 선택하는 딤섬은? 정해져 있다.- 아예 새로운 것을 추천받기로 하여 선택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서양 요리西菜로 분류되는 요리인데, 이는 갈비를 중국에서 안먹기 때문이 아니라, 광동 요리에서도 현대적인, 퓨전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이 스테이크 등에 곁들이는 소스가 중국에 정착하며 탄생한게 바로 흑후추 소스黑椒汁이다. 조리의 방식은 중국식으로, 소스는 양식으로.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구분 없이 하나의 새로운 요리로 변모한다. 우리에게도 현대의 가공법, LA갈비로 친숙한 부위를 중국의 문법으로, 같은 재료지만 다르게 아시아에 자리잡는 방법을 선보인다. 스토리만큼은 개화기 중국이 지금의 서울로 온다는 그러한 주제에 딱 맞지 않는가.

맛에 있어서도 과연 훌륭히 해냈는데, 주목할 점은 기름기가 곳곳에 자리한 이 갈비를 익혀낸 솜씨다. 본래 큼지막한 덩어리로 내는 토스카나식이 원류로 알고있는데, 완전히 중국 요리로 승화했다. 앞선 냉채에 비해 주저하지 않으니 곧 요리사의 솜씨가, 재료가 가진 매력이 꽃피운다. 왜 아시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서양 요리를 먹게 되었는지 그 선택을 설득하고, 또 이제 그러한 동양의 자세가 단순히 모방에 급급하지 않고, 지혜를 보태 새로운 모습으로 완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말하고 있다.

술과 짝짓기에는 짠맛이 도드라지지 않기에 찬으로 깔리는 종류들에 조금은 도움을 바라게 된다는 점 정도를 제외하면, 이 요리를 서울에 선보이는 것은 성공했다.

만토우를 곁들인 칠리소스 머드크랩 볶음, Wok-fried in chili sauce with crispy bun, 辣椒螃蟹, 馒头

오늘의 주인공인 칠리 크랩, 어찌보면 앞서 계속 정통 광동 요리가 아닌 광동 요리의 드넓은 폭을 느낄 수 있는 요리들로 구성된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난다. 오늘은 머드 크랩 프로모션을 먹으러 온 날이니까. 도구를 이용해서 취식해야 하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나는 선호하지 않음에도 이러한 의도를 이해한다. 머드 크랩은 오픈 때에도 다른 형식으로 메뉴에 존재했지만, 굳이 COVID-19로 하늘길이 막힌 지금 이걸 낼 때는 다른 맥락을 갖는다. 지금 우리를 위해 요리사가 선보일 수 있는 하나의 위로이다. 그래서일까? 불필요한 부분까지 재현해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맛으로 설득해내면 된다.

토마토와 칠리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삼발叁巴이지만 계림 칠리桂林辣椒酱를 쓰기도 한다.의 조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데, 게의 향이 만족스러운 단계까지 풍성하지 않은 지점을 감안하여 음식의 자극들을 다듬은 점이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맛이 없는게 아니라, 대안적인 맛있음을, 고소한 기름의 맛과 풍성한 소스의 질감이 맛의 총량이 낮지 않음을 한껏 어필한다.

게도 게지만 사실 게의 향만을 입어낸 소스에 이 만터우를 더했을 때가 절정이었다. 색상이 굉장히 우려스럽도록 익은 정도가 줄었고, 실제로도 만터우가 주는 특유의 기름지고도 바스러지는 대조는 많이 부족했다. 그러나 조화의 왕도를 걸음으로서 소스와 빵의 조합에서 빛을 본다. 만터우가 맛의 바닥이 되어주고, 소스가 층을 올린다. 이탈리아에서 접시를 빵으로 닦듯이, 물론 나누어야 하는 접시를 닦으면 안되고 덜어내는 도구를 통해 그 감각만을 맛볼 수 있다. 만터우를 조금 더 기름지게, 그리고 더 구웠다면 하는 아쉬움은 뭇내 남으나, 설득력만큼은 확실하다.

제철 채소 볶음, sautéed green vegetables in soy sauce, 白灼菜心

제철 야채는 공심채 줄기와 청경채를 고를 수 있는데, 이제 우리 땅에서 공심채가 나오는 철임을 감안하면 무난한 선택이고, 그는 곧 적중한다. 광동 요리의 가장 핵심적인 조리방법이므로 레스토랑의 품격과 직결되는 요리인데, 입맛 돋도록 지나치게 숨을 죽이지 않되 질깃하거나 하지 않도록 친절하게도 익혀냈다. 특유의 향, 중국 요리의 향과 공심채 특유의 향 두 가지가 동시에 어우러지는데, 마늘은 그다지 경험을 더하지 못한다. 매운 맛은 잘 죽여냈으나 마늘의 향은 크게 어우러지지 못하며, 단맛을 더하지도 못한다. 다행히도 마늘은 적당히 걷어낼 수 있는 형태이므로, 공심채는 즐길 수 있다. 이미 훌륭한 요리인데 구차함이 얹어졌으나, 그렇다고 하여 그 빛을 가리지는 않아 다행이다.

디저트에 대해서는 전술한 바 있으므로 생략하겠다. 이 디저트는 유 유안이 아닌 1층 주방에서 올라오는 것이기도 하니. 언제나 꾸준한 완성도만은 높이 사는데, 미세한 레시피 조정은 있다. 욕심으로는 이것과 함께 다른 디저트까지 먹으려 했으나 신체가 허락하지 않았다.


총평: 유 유안은 항상 존재하는 메뉴들과 계절 메뉴를 통해, 광동 요리의 거대한 넓이를 서울 도심에서 만족스럽게 표현해내고 있다. 중국 내의 사천 요리, 화교들이 사는 싱가폴을 비롯한 동남아 요리, 그리고 그 중국을 탐내는 서양의 프랑스, 이탈리아의 흔적까지 그야말로 식재광주(食在广州)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광동 요리를 축으로, 세계 어디도 함부로 갈 수 없게 된 지금 세계 요리의 다양한 매력을 펼쳐보이고 있다. 평소보다도 요즘에 더욱 빛나는 공간이다.
스스로의 역할을 서울에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기 보다는, 현대 광동 요리의 담론 자체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했음을 느낄 수 있다. 스스로 설정한 한계에 굳이 가둘 필요까지는 없다는 아쉬움은 있으나 설득력 있는 조리로 증명해내고 있으며, 서울에서 광동으로 떠나는 하루의 여정으로는 충분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분위기: 녹음 시기가 꽤 된 악기의 느낌이 있는 가운데 중국 가곡 위주의 선곡이다. 조명과 간격은 긴장감을 크게 갖지 않을 정도로 공간을 풀어낸다.

서비스: 정찬과 단품을 모두 고루 갖춘 식당에 어울리는 정도이며, 중국과 서양의 테이블 매너 양쪽 모두 흐뜨러짐이 없다.

가격: 런치 세트는 KRW 68000, 시그니처 테이스팅은 KRW 130000이며, 기타 단품 요리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이날 식사는 음료 제외하고 한 명당 KRW 90000 정도의 예산으로 즐길 수 있었다.

  • 본인은 할인 혜택을 이용하였다.

음료: 중국 요리에 짝짓기 위한 노력이 돋보이는 구대륙 위주의 리스트가 돋보이며, 중국 요리와 신대륙의 카베르네 소비뇽의 궁합에 대한 하나의 의견을 표현하고 있다. 보틀의 컨디션 관리의 힘을 느낄 수 있으며, 몇 종류의 목테일은 음주를 하지 않는 자의 좋은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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