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제스트 - 직접 만든의 의미

바 제스트 - 직접 만든의 의미

바를 대표하는 메뉴가 진 토닉이라고? 그것도 캐나다 드라이의 나라에서?(참고로 국내 유통 캐나다 드라이는 (주)코카콜라음료의 양산공장 제품이다.)

이에 더해, 제스트의 이름이 "제로 웨이스트"와 연관되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얼마 전의 팜 투 글라스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솔직히 파인 다이닝의 단계에서도 단지 외제 담론이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좇고 있지만 여타 다른 굵직한 이념들이 그랬듯이 외제의 전형적 운명을 벗어난 경우가 별로 없었다.

솔직히 제스트의 진 토닉이 시그니처라는 말을 들었을때, 나는 제로 웨이스트쪽에는 별걸 바라지 않았고, 두 가지를 생각했다. 바로 진과 토닉이었다.

그럼 뭘 생각하냐고? 다시 천천히 생각보라. 먼저 토닉에 대해서. 진 토닉은 롱 드링크의 몸뚱아리를 맡는 음료의 풍미가 매우 중요한 재밌는 칵테일이다. 물론, 다른 음료들도 까다로운 곳들은 까다롭다. 유서 깊은 멕시코산 코카 콜라의 신앙이라던지, 진저비어와 같은 것들은 나름의 판의 규칙까지 있다. 그러나 수많은 탄산음료들 중 토닉 워터는 독보적으로 앞질렀다. 피버 트리를 필두로한 토닉 워터의 혁신이 그 풍미의 선명함과 가능성을 활짝 열어제꼈다. 서양 요리 그 어디에서도 쓰이지 않는 키니네를 시작으로 오이 토닉, 에르브 드 프로방스 토닉.....

그깟 탄산수에 양념좀 친게 뭐가 그리 대단한가? 다시 돌아가 보자. 토닉인가? 토닉은 다음 두 가지 특징으로 이루어진다; 하나. 어떤 것에 의해 맛이 더해진 물이다. 둘. 탄산가스 주입이 되어있다.

전자에 대해 이 바는 스스로 자랑거리가 많을 듯 하니 우리는 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왜 토닉은 반드시 탄산음료여야 하는가? 그 맛이 좋으면 차로 달이거나 냉침할 수는 없었나? 탄산수의 정의부터 간단히 살펴본다. 이산화탄소가 한껏 들어간 액체 종류를 우리는 탄산음료라고 한다. 어느정도 흘러야 액체인지까지는 묻지 말고, 이산화탄소는 1기압 기준으로는 대기로 사라져버려 고압 상태를 유지했다가 압력을 풀면 솟아오르는 정도로 녹아있으면 된다.

이 때,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병입하는 상태를 기준으로 헨리의 법칙 p=kc을 통해 정해진다. 오늘날 그냥 교양 수준으로 배우고 넘어가는 법칙이지만 덕분에 탄산수가 있으니 존경의 의미로라도 곱씹을만 하다. 그러다 압력이 통상 공기압으로 돌아오면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움직이는 현상에 따라 고압 속의 이산화탄소들이 이동한다. 밀도의 차이가 크다면 더 빠르게 이동하겠지? 자연과학도가 아니더라도 추측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끝? 그러면 좋겠지만 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액체에 녹아든 이산화탄소가 어떤 모습으로 표면에 나타나느냐는 이 독특한 유체의 풍미를 뒤흔들 수 있다. 극히 적은 표본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탄산 방울의 크기에 따라 탄산이 주입된 정도를 다르게 느끼며, 탄산 방울의 크기가 작은 쪽을 꾸준히 선호한다느 연구 결과도 있을 뿐더러1 공기방울이 표면에 이르러 터지는 사이 형성되는 에어로졸은 향의 발산에 기여하기 때문에2, 엄밀하게 말하면 탄산음료에는 유의미한 향도 존재하며, 통제도 가능할 것이라는 야망 또한 자연스레 생긴다.

주로 이러한 유체 속 기체의 미각 경험에 대해서는 사실 거품, 즉 페란 아드리아의 에스푸마를 기수로 한 분자미식학과 식품과학 분야에서의 관심은 지대한데 비하여 음료의 경우 거의 샴페인 생산 및 관리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인 현실 속에서, 사실 이런 인공 탄산음료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알고 이해하면 응용할 수 있다. 예컨대, 이미 보통의 경우에서 이러한 공기방울들은 계면활셩제의 사용을 통해 미리 조절되고 있다.3 이산화탄소가 지나치게 닿을 경우, 탄산무수화효소로 인해 우리는 얼얼함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지 않으면 쉽게 불유쾌한 음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극소량의 첨가물이라도 풍미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므로 탄산수와 같은 물에 가까운 음료들은 생산 환경의 물리적 변수를 조절하여 맛에 적개 개입하면서 방울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4 게다가 이 문제는 단지 유체 그 자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체는 어디에 담는지에 따라 또 다르다. 당장 샴페인은 이미 잔의 형태에 따른 활동의 차이를 관측한 결과5가 존재한다. 점도 등의 차이가 있으나 원리에 있어서는 다른 음료들 또한 공유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이렇게 많은 부분들을 통제하고 조절할 힘을 가지고 있다.

전술했듯이, 이러한 유체 속 기체의 활동에 관한 이해는, 분자미식으로 불리는 일종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었고, 역시 그 에스푸마를 기수로 한 일련의 조리품들이 그를 반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엉성하게나마 자꾸 에스푸마 모사품과 마주하곤 한다. 음료에서는 여전히 샴페인과 맥주 등의 생산자들을 위주로 이러한 이야기가 주로 오간다. 당장 각주에도 샴페인을 연구한 자료를 하나 달아두었다. 그 덕에 고급 샴페인은 탄산이 필연적으로 작다던가-단지 오래 보관하면서 가스의 양이 적어진 것- 하는 부질없는 짓거리들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좋게 되었다. 이게 뭐라고 두 번 말하냐. 다시 말해, 이들은 모두, 우리의 더 나은 식사에 기여했다. 이게 중요하다. 나는 그것이 오늘날 탄산이 들어간 액체를 다루는 가장 중요한 재미이며, 논쟁의 대상이며, 사랑의 상대방이라 생각한다. 그래, 진 토닉이 시그니처고, 진도 토닉도 직접 만들겠다고? 그렇다면 나는 당연히-그들 또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현재 국내 탄산음료 시장의 문제를 두고 단지 코카콜라음료 한국법인의 과점으로 비난하고 끝낼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직접 토닉 워터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풍미를 개입시키냐에 더해, 어느 압력의 수준에서 탄산을 개입시키고, 어느 공간에서 그것을 다시 방출할 것이냐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고, 어떻게 그것을 다시 맛으로 이끌어낼지까지 완전히 통제한다는 꿈의 실현이다.

그래서 "Z&T"는 어땠느냐고? 주니퍼베리도, 키니네도 주인공이 아닌 진 토닉을 만든다라는 개념 자체는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결국 진 토닉은, 톡 쏘는, 새콤-쌉싸름한, 그리고 청량한 칵테일이 아니냐는 도발적인 주장이 입으로 들어찬다. 가스와 더불어 사용하는 잔에 꼭 맞추어 깎아낸 얼음 덕에 모금 단위로 잘리는 디테일은 이 음료를 적당한 수준으로 격상시킨다. 서울 어디에서나 만난다면 불만 없이 즐길 수 있는 진 토닉이고, 인사와 잡담 상대를 만나기 위해 바에 간다면 좋은 선택일 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해서, 일종의 안도감과 절망을 했다. 모든게 낯설기 위해 한껏 차려입었지만 결과물은 익숙하다. Z&T는 놀라우리만치 표준적인 G&T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낯선 과실이나 허브 등의 향기가 새롭게 다가오지만 주니퍼베리를 제외하여야만 할 이유는 크게 드러나지 않으며, 토닉의 감각은 매혹적이지 않다. 달아요, 셔요, 써요, 가 아닌, 이 독특하게 톡 쏘는 음료의 위대한 지형에 대한 의견은, 드러나기 어려우며, 실제로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한 잔을 주문할 때와 여러 잔을 주문할 때 따르는 간격의 차이를 보았을 때 미세한 조정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 또한 생긴다. 과연 이 음료가 궁극적으로 탄산음료라는 사실은-주제가 아닌 듯 하다.

추후 제스트의 다른 음료를 두고 더욱 자세히 논하겠지만, 이러한 작업이 단지 또 낯섦에 기대거나, 그랜드 애커트와 그의 팀의 그림자로 끝난다면? 나는 그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나는 아직 그 이상의, 그들의 진정한 얼굴을 느끼지 못했고, 거기에 청담동이라는 장소와 청담동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공간의 맥락을 추가하면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훨씬 가까운 경험이 된다. Milk & Honey의 위대한 규칙으로부터 20년도 더 지났는데, 과연 제스트는 스스로가 내건 이름들만큼, 서울을 이끌어나갈 곳인가? 영감을 불어넣는가? 새로운 진? 작은 증류기는 아마추어 애호가들이 더 열정적으로 다루고 있을지 모른다. 비피터의 마스터 디스틸러로 지금도 헌신해주고 계신 데스먼드 페인 옹께서 자주 그런 말씀을 하셨지. "나도 크래프트 증류소에서 일한다오."

본질로 돌아와야 한다. 조리는 원리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되어야 하며 그를 통해 맛을 중심으로 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그게 좋은fine 경험이다. 과연 내건 기치, fine을 끝까지alla fine 밀어붙이고 있는가? 환경문제, 로컬 푸드, 각종 신형 장비들, 이 연무들 속에 가리워져 있는 것은 무엇인가?

1: Barker, G. S., Jefferson, B., & Judd, S. J. (2002). The control of bubble size in carbonated beverages. Chemical Engineering Science, 57(4), 565-573.
2: Liger-Belair, G., Cilindre, C., Gougeon, R. D., Lucio, M., Gebefügi, I., Jeandet, P., & Schmitt-Kopplin, P. (2009). Unraveling different chemical fingerprints between a champagne wine and its aerosol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6(39), 16545-16549.
3: Campbell, G. M. (1999). Bubbles in food. Eagan Press. pp. 305-314.
4: Barker, G. S., Jefferson, B., & Judd, S. J. (2002). The control of bubble size in carbonated beverages. Chemical Engineering Science, 57(4), 565-573.
5: Liger-Belair, G., Religieux, J. B., Fohanno, S., Vialatte, M. A., Jeandet, P., & Polidori, G. (2007). Visualization of mixing flow phenomena in champagne glasses under various glass-shape and engravement conditions. 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 55(3), 882-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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