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몽태림 - 마티니

바 몽태림 - 마티니

한 잔의 마티니를 만드는 이야기를 해보자. 먼저 재료를 준비한다. 냉동고에 차갑게 보관한 진과 상온의 베르무트, 그리고 일본식 대시 보틀에 옮겨 담은 비터스와 올리브. 믹싱 글라스에 얼음을 채운다. 덩어리가 큰 얼음을 아래에 깔고 비교적 작은 것으로 위를 채운다. 스터하기 전에 물을 한 번 채우고 가볍게 휘저어 얼음을 린싱한 다음 물을 따라내는데, 스터하는 동안 얼음이 지나치게 녹아들지 않게 만드는 기교이다. 그 다음으로 비터스, 진, 드라이 베르무트를 순서대로 넣고 스터한다. 원심력이 생기기 시작하면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도 충분하다. 돌린다기보다는 밀고 당긴다는 느낌. 잔 또한 냉장고에서 차갑게 보관해둔 것으로. 제스트는 오일이 들어가지 않게 잔의 바깥을 향해서. 마실 때 가벼운 향이 피어오르지만 씁쓸함이 맛에 섞여 들어가지 않는다.

올리브의 대처는 먹는 사람의 몫이지만, 너무 오래 담그어 두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한껏 젖은 올리브의 대비가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특유의 기름진 맛이 마티니의 깔끔한 맛에 스며들면 곤란하다. 씨앗을 뱉어내는 것은 그다지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므로 재빠르게.

섬세하게 만든 마티니는 스터로 만드는 단순한 칵테일이지만 편안함이 있다. 상당히 차갑기 때문에 진의 강렬한 알코올이 다스려지고, 베르무트가 더한 살짝의 단맛이 즐거움을 더한다. 본질적으로 빠르게 마시는 칵테일이 아니므로 스템만 살짝 잡아당겨 한 모금씩 기울이는데, 차가움이 머무르는 시간에서 만드는 사람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쓰지 않는 말로 '팔을 갈고닦는다(腕を磨く)'는 말이 있다. 마티니는 바로 그런 자세가 녹아드는 칵테일이다. 뭉툭해질 만치 휘젓고 또 휘저으며 만들어 나가 완성하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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