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플리즈 - 2라운드 "매장 식사"

버거 플리즈 - 2라운드 "매장 식사"

일상의 요리는 스스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확장하는 길이 비로소 좋은 길이라고 지난 번에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일상의 요리의 확장의 국면은 단지 양적인 방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질적 방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를테면 같은 요리라도 담기는 접시가, 앉는 장소가 달라지는 것이다.

「버거 플리즈」는 이러한 질적 확장으로의 도전을 이제 막 시작한 가게로 좋은 예시가 되줄 듯 하다. 그리하여 그러한 질적 확장의 방향성은 어디로 가야하는가를 논하기 전에, 버거 플리즈의 요리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번 다룬 적 있지만, 지면을 갈아끼운 김에 버거 플리즈의 치즈버거에 대해 새삼스래 다시 따지고 짚어보자. 스매시 스타일이 서울에 상륙한지 근 십 년, 스매시 스타일의 가게들간의 동어반복에는 지친 가운데 버거 플리즈의 치즈버거는 패티를 패지 않는다. 공격적이지 않지만 가락이 좋다. Lean-to-Fat 비율에서 정석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치즈를 쏟아내 시각적으로 유혹하지 않지만, 빵과 패티로 이어지는 씹히는 감각이 자연스럽고 적당히 늘어붙은 치즈와 시즈닝이 고스란히 전달하는 염도가 좋다. 어찌 생각하면 뻔해야 할 치즈버거를 뻔하지 않은 완성도로 낸다. 기본적인 레시피가 잘 정립되어있고 반복해도 흐뜨러지지 않는다.

최근에 이 배달 전문점이 직장인들이 점심을 해결하는 북적이는 상가에 자리를 텄다. 부드러워 보이는 캐릭터도 카툰풍의 말풍선이 느낌표를 달고있는 강렬한 로고로 대체되었고, 매장에서는 최첨단 R&B와 랩 음악이 뒤섞인다. 조명은 어둡고 공간은 북적인다. 여의도의 여느 사무실의 모든 것을 정 반대로 만든 듯한 가운데 약간의 위트마저 얹었다. "DAMN" good burger가 아닌 점이 오히려 아쉽다고 할까?

이제 이렇게 바뀌어버린 공간에서 또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오토바이, 혹은 심부름꾼의 손에 실려 몇 분을 견디던 햄버거를 이제는 매장에서 직접 내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요리의 '신선함'을 담보할 수 있다. 이는 생각 이상으로 위력적이었다.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역시 휘발성이 있는 향이다. 치즈같은 경우 배달을 감안해서 녹이는 시간을 초단위로 조정하지는 않겠지만, 베어물 때 한껏 짙은 내음은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그보다도 햄버거의 신선함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은 빵이었다. 햄버거를 코에 갖다대는 순간 번에 몰트 농축액이라도 썼다고 생각할 만큼 순간적으로 짙은 빵 향기가 스쳤다. 그동안 이곳의 번에 대해서 언젠가는 무언가 다른 차원의 꿈을 꾸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 날 만큼은 아니었다.

배달이라면 눅눅해지는 것 때문에라도 멀리하게 되는, 부먹 칠리 치즈 프라이 또한 공간의 확보와 함께 가능해진 메뉴가 되었다. 찍어먹는다는 발상은 불경하고, 부어서 배달하면 가운데 감자는 먹을게 못된다. 칠리 치즈 프라이는 그 자리에서 만끽해야 한다.
깡통 콩과 양파에서 시작되는 훌륭한 단맛과 고기, 토마토 등의 감칠맛이 빚어내는 "이상적인 뻔함"은 일상 요리의 위대함을 새삼스래 느끼게 한다. 다만 칠리의 훌륭함에 비해 주방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지 못한지 칠리를 넘어선 칠리 치즈 프라이의 요리로서는 디테일이 떨어진다. 제대로 된 칠리 치즈 프라이를 내려면 일단 담는 그릇부터 지금처럼 종으로 깊은 상자보다는 단면적이 조금 넉넉한 종류를 써서 골고루 칠리로 덮는게 일반적이다. 셰이크와 케첩에 기댈 수는 있지만 칠리로 감자 전부를 끝낼 수 있어야 이상적일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밑바닥의 감자를 먹을 즈음이면 슬퍼진다. 또한 칠리 치즈 프라이가 으레 갖는 맛의 값을 감안하면 치즈는 지나치게 모자랐다. 좋은 칠리를 가리기 싫었던 것일까? 그러나 감자에도 강한 소금간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짠맛의 부재는 대안보다는 결핍으로 다가온다. 아직 배달 전문점으로서의 성격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일으로 생각하고, 추후 개선의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앞서 검토하였듯이, 매장에서 요리를 내는 경우에는 요리를 포장해서 미지의 세계로 보내는 경우와 비교해서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첫째로는 주방에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상태의 음식을 낼 수 있다는 것. 어찌 생각하면 뻔한 지점이지만 주방을 더욱 본격적으로 드러낼 기회가 된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앞선 칠리 치즈 프라이처럼 순간적인 물성에 허용된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은 요리가 가능해지며, 내는 온도나 차리는 방식 등의 디테일의 정교함의 승부의 세계에 도전하게 된다. 오차범위가 배달에서 허용되는 수준에서 현저히 작아지므로 주방 또한 그에 맞춘 격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로는 취식 주변 환경을 강제할 수 있다는 것. 조명과 음악, 서비스의 스타일 등의 요소들이 먹는 이를 둘러싼다. 오늘날에는 COVID-19의 위험으로 인해 주관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으나, 본래는 테이블의 갯수와 간격 또한 이에 포함된다. 총체적으로 먹는 이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셋째로는 매장이 직접적으로 먹는 이들을 관찰하고 의사소통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멱살을 쥐고 리뷰 이벤트같은게 넘실대고 있는 병든 플랫폼 생태계에 비해서 오프라인은 숨쉴 틈이 있는 편이다. 또한 비언어적인 활동들을 통해 관찰할 수 있는 데이터가 주방으로 들어오는데, 이는 배달 전문점은 결코 가지기 어려운 무기다. 이를테면 주로 남아 버려지는 음식부터 캐첩 통이 비워지는 시간의 값까지, 매장에서는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흔적이 무수히 남는다. 이를 적절히 잡아내어 매장 식사는 궁극적으로 단순한 식당이 아닌, 이용객의 일상의 일부를 구성하는 공간까지 되는 것이다.

이제 홀을 차린 곳을 두고 이 기준에 어느정도 부합하는지 굳이 예단하지 않겠다. 그러나 앞서 검토한 요리들은 이미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그 변화를 좇는 재미를 만끽할 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