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soline Grill - 프로의 맛
가솔린 그릴의 창업자에게는 두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하나는 본지의 저자와 두문자 표기를 공유한다는 점(정말 중요하지 않은가!), 그리고 마케팅 전문가라는 점. 내가 그를 마케팅 전문가로 생각하는 이유는 그의 성과나 실력 때문이 아니다. 그가 석사 논문을 마케팅에 관해 써서 학위를 따냈기 때문이다.
가솔린 그릴은 광고 없는 마케팅이라는 전형적인 기법의 모범적인 사례이다. 교통량이 많지만 품질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후진 입지에서 시인성 좋은 디자인으로 한 번 시선을 끌고, 품질으로 그 시선을 붙잡는다. 치사하고 뻔한 성공의 맛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주유소-아무도 기름을 넣으러 오지 않는-에서 약간의 휘발유의 흔적까지 느껴가며 맛볼 수 있는 1호점(공식적으로는 본점이 아니다)의 경험은 각별하다. 이곳에는 노마 그룹이나 티볼리 공원 내의 놀이터에 있는 화려한 가솔린 그릴보다도 그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간 듯한 감각이 있다. 물론 당신이 주유소에서 밥을 먹을 정도로 관대한 일행과 함께하는 경우에 한해서.
오리지널 버거, 버터버거, 치즈버거 모두 큰 틀에서 유사한 가락을 공유하므로 선택은 자유이다. 그 핵심이 되는 것은 풍부한 기름의 존재감, 그것을 감내하게 만드는 소스의 집중도, 그리고 패티와 번의 한결같은 부드러움. 특별할 것 없는 버거의 왕도를 오차 없이 걷는다. 덴마크의 명물 문화인 유료 소스의 분노마저 잠재우는 절묘한 균형 감각. 일상 음식의 극의에 참으로 가까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흠이라면 덴마크인의 소비력을 외국의 여행객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넉넉잡아 200을 곱해 계산하는 버릇이 필요하다.
뉴 노르딕의 별들을 잔뜩 안을 생각으로 코펜하겐에 도착한 여행자들을 제외하고, 적당한 여유와 일상을 만끽할 사람들이라면 권하는 목적지는 가솔린 그릴이다. 사실 일부러 갈 필요가 없다. 당신이 찾아갈 만한 지역에는 어지간히 있다. 기차역부터 놀이공원, 심지어는 공항까지. POPL Burger에서 비일상을 맛보고, 가솔린 그릴에서 일상을 채운다. 곁들이는 맥주를 바꾸는 것만으로 매일 새로운 행복을 충전할 수 있다.
- 놀라운 점은 가솔린 그릴에서 한국식 내슈빌 핫 치킨 샌드위치를 만든다는 점이다. 정확히 내슈빌 스타일이 아닌 한국식 내슈빌의 그것이었다. 물론 거기까지 가서 그런 것에 도전할 여유는 내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