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젤라띠에레께 드리는 공식 답변

김기태 젤라띠에레께 드리는 공식 답변

급하게 해석 요청이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글을 씁니다. 근래 중요한 과제물 하나가 생기는 바람에, 마리포사 글 완성도 시간이 지나치게 지연되었습니다만,
언제나 독자가 원하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요청에 응답할 책임감을 느끼고 글을 씁니다.

첫째로 그래프입니다. Water absorption capacity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말 그대로 물을 빨아들이는 능력입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단계에서 빨아들인다고 하여 실제로 잡아먹지는 않겠지요,
제가 만든 개념이 아니고 미국 곡식 화학 협회(AACC)에서 채택한 개념입니다. 원리에 대해서는 전분류의 친수성콜로이드의 효과라는 언급으로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 블로그에서 그림과 함께 설명이 되어있으니 그쪽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 WAC가 얼마나 의미있는 값이냐에 대한 의문이 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DOI를 대댓으로 달았지만, 열어보지 않으셨다면 이 지표의 표준을 알기 어려우셨을 것입니다.
물의 무게/검의 무게라고만 써있거든요. 정확하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비율이냐. 다음과 같은 방법에 따라서 측정합니다:

  1. 원심관에 표본 0.1g, 10mL의 증류수를 넣는다. 온도는 상온.
  2. 위 원심관을 4100RPM으로 10분동안 원심분리기에 돌린다.
  3. 상등액을 제거하고 표본의 무게를 측정합니다. 이 무게에서 본래 검류의 무게를 뺀 값/검류의 무게의 값이 WAC가 됩니다.
    이는 AACC의 1995년도 9판 실험 방법을 변형한 것인데, 현재 11판의 방법은 저도 학회원이 아니라 알려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값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상대적입니다. 본문에서 로커스트콩검의 상대적으로 낮은 퍼포먼스를 언급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위 실험 조건이 어느 곳에서나 반복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파워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시작이 되야 한다는 이야기가 본문의 핵심이었습니다.

둘째로 말토덱스트린입니다. 말토덱스트린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셨는데, 더할 것 없는 설명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말토덱스트린이 지방 대체재라고 말한 것은 말토덱스트린이 지방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fat replacer라는 표현을 옮긴 것에 불과합니다. 영미권에서 흔히 이런 부류의 식품첨가물을 자주 이렇게 부릅니다.
그리고 말토덱스트린이 과다사용되는 경우 맛이 극단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저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저는 제 주관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Ceteris paribus(경제학에서만큼은 아니겠지만)에 가까운 상태로 말토덱스트린과 지방의 비율만 통제해서 관능평가한 결과물이 있습니다.
DOI 10.3168/jds.2016-12379입니다. 관능평가 과정에서 소비자가 어느 수준부터는 인식하기 어려워하고, 말토덱스트린으로 지방을 어느 정도 이상 대체할때부터 Creaminess/Smoothness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이는지, 또 그래서 전체적 점수가 어떤지까지 골고루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표본이 한국에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언급하지 않은 자료입니다만, 제가 확증편향을 지니는 것인지 몰라도 저도 6% 지방, 8% 말토덱스트린 아이스크림보다 14% 지방 아이스크림(하겐다즈)이 좋았기 때문에 굳이 언급했습니다.

살렙에 대해서는 국내에 쓰이지 않기 때문에 대충 넘어갔습니다. 저도 실제로 살렙을 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도 돈두르마 아저씨들이 살렙을 쓴 아이스크림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태릉입구인가? 터키인이 하는, 살렙을 쓰지 않는 젤라또 가게에 가본 적도 있고 오늘도 이태원을 지나갔는걸요.
살렙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는 점 양해를 바랍니다.

다음으로 로커스트콩검의 온도입니다. 60~70도를 언급한 것은 고순도 시약의 실험 결과에 대해 말씀드린 것입니다. 공업용 로커스트콩검의 경우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같은 조건 하에서 70도 온도에서도 잔류성분이 검출될 수 있습니다.
연구용 Silverson 믹서를 사용해서 얻은 결과이니 일반화에 어려움이 있겠습니다만, 고순도 LBG에 경우 해당 온도가 준거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DOI 10.1016/S0144-8617(98)00100-3 ) 실제로는 로커스트콩검의 품질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로커스트콩검의 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품질 편차에 대해서는 Ice Cream Science 블로그에 대충 설명이 나와있습니다.
제가 다양한 표본을 사용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명확한 수치를 언급하여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온도에 따라 성능차를 보인다는 점을 언급하고자 했습니다. 제 글을 보고 실제로 60도에서 사용하셨다면 원치 않는 결과물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80도 이상에서도 어느 정도의 힘을 가하느냐에 따라 퍼포먼스 차이가 납니다. ( DOI 10.1016/j.foodhyd.2007.03.007 )
연구자료들은 꾸준히 공업용 로커스트콩검에서 100%라는 수치를 확신하지 않아 70도에서 100% 수화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 연구자료들은 이러한 식품첨가물들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산 공정의 환경은 결코 실험실과 같을 수 없습니다. 다만 실험을 하는 이유는 실전에서 길잡이가 되주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답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실험실 믹서기/원심분리기와 현장에서 쓰이는 장비들이 같을 수 없고, 같은 장비를 쓰더라도 세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간의 환경도 전부 다르구요. 일률적으로 정답을 내리는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 일입니다. Shear stress를 언급한 이유입니다.
궁극적으로 보이는 것 뒤에 숨어있는 것을 찾겠다고 말하고 저도 정작 명확하지 않은 글을 썼으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께서 더 즐겁고, 덜 알쏭달쏭하게 써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din.esser 드림.

게시글에 대한 최신 알림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