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 labatorio del gelato - 대도시의 생존 방식

il labatorio del gelato - 대도시의 생존 방식

미국에 왔으면「il labatorio」같은 가게보다는 미국식 아이스크림을 더 찾아 먹는게 낫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매일 밤 마트에 들러 벤 앤 제리스, 반 르윈을 한 통씩 사먹을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사람의 신체에게 못할 짓이 아닌가. 일 라바토리오도 일부러 찾지는 않았다. 마침 카츠 옆이기도 하고, 날씨가 아이스크림을 부르고 있었다.

일 라바토리오는 적절한 품질과 무한한 생산량으로 비즈니스를 견실하게 유지하고 있다. 항상 생산되는 라인업 이외에 바뀌는 배치의 종류만 해도 상당한데, 완전히 공산품에 의존하는 것도 그렇다고 아티장을 고집하는 것도 아닌 나름의 방식이 비결이다.

거대한 냉장고가 일일히 세워진 주방은 주방보다는 데이터 센터를 연상케 하며, 무수히 많은 종류의 젤라또 맛들은 "로마 3대"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곳의 아이스크림은 그런 맛은 아니다.

과일 소르베나 특이한 야채를 사용한 종류가 많았지만 이쪽의 관심 밖이므로 타히티(!) 바닐라, 피스타치오, 그리고 흑임자를 골랐다.

타히티 바닐라는 일반적인 바닐라 아이스크림보다 반 수 위의 기쁨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주 타히티스럽지는 못한 가운데 흑임자와 피스타치오가 더욱 시선을 끌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일관된 텍스처로, 자연스러운 정도의 끈적임이 있어 빠르게 녹지 않으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부드럽다. 그러면서 팔레트는 지방의 비중이 높아 완전한 full-bodied의 첫인상을 주는데, 첫 맛의 타격감은 강한 편이지만 차차 피로가 쌓이는 것이 고형분의 비중이 극단적이지는 않다. 일정한 질감을 맞추기 위해 지방을 조금 더한 느낌이다.

일 라바토리오의 생존 방식은 무수히 많은 맛의 종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정도를 지키는 품질이 있다. 주장을 담은 일관된 텍스처와 풍성한 지방. 그 다음을 쓸 수 있는 가게는 아니었지만 세계 최대의 도시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로 살아남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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