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뒤카스가 장 임베르를 공격하다

알랭 뒤카스가 장 임베르를 공격하다

프랑스 요리는 용기의 맛을 되찾아야 한다(La cuisine française doit retrouver le goût de l’audace)는 제목의 주장이 르 몽드 온라인판의 사설란에 실렸다. 3분 남짓의 짧은 글은 프랑스에서도 큰 반향을 얻지 못한 듯 보이나, 충분히 들어볼 가치가 있는 내용이다.

그는 "정치적인 프랑스"와 "요리적인 프랑스"가 모두 과거로 후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직접 지적하지 않지만 그 상대는 명확한데, 정치적인 프랑스는 국민전선의 마리 르 펜을 지목하는 것이며 요리적인 프랑스의 사탄은 플라자 아테네의 새 우두머리인 장 임베르를 가리키고 있다.

장 임베르는 플라자 아테네에 입성하며 노골적으로 복고의 노선을 취했다. 에스코피에는 물론 카렘, 프랑수아 바텔까지 레퍼런스로 등장하며 플라자 아테네는 프랑스가 물려받은 과거의 영광을 칭송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뒤카스의 퇴장 이후 도체스터는 뒤카스를 계승하는 대신 그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지중해와 파리, 일본 등 여러 지역의 문화적 전통에서 주로 영감을 얻은 뒤카스의 요리 대신 에스코피에에서 완성된 고전 요리에 전형적인 호화로움을 더하여 완성되는 장 임베르의 플라자 아테네는 뒤카스의 후손이라기보다는, 그를 향한 일종의 모반으로까지 비추었는지 모른다.

그는 요리를 건축으로 이해했던 카렘의 시각을 인용하여 카렘으로 돌아가는 복고가 잘못되었음을 지적한다. 마리네티가 이끌었던 미래주의, 그리고 장 누벨이 이끌었던 마르스 등이 그랬듯이, 예술이라면 더 나은 미래를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는게 뒤카스의 주장이며, 그는 다양한 이민자 문화가 뒤섞이고 있는 유럽, 현실이 된 기후문제 등 필수적인 이슈들에 대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뒤카스가 요구하는 "이 시대에 걸맞는 파인 다이닝"이 무엇인지 그가 스스로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애석하게도 상황은 그렇지 않다. 뒤카스는 이미 퇴진의사는 밝힌 이후 주방 일선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호텔의 무대가 아닌 거리에서 사업을 개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최근에 새로 낸 가게는 젤라또 가게와 대체육을 사용하는 햄버거 전문점이었다. 뒤카스는 재능있고 젊은 요리사들에게 이 시대를 맡길 수 있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뒤카스의 사설을 읽고 감격을 받은 독자들만 있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 요리와 정치간의 관계는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가 주장하는 바가 보듯이 약간 불투명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뻔한 수입산 랍스터와 더 뻔한 캐비어, 트러플, 마지막으로는 화룡점정으로 한우가 등장하는 한국의 식문화는 과연 뒤카스의 주장이건 그 반대이건 들리는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다. 다들 요리가 예술적이라고 하지만 요리로 어떻게 예술을 하냐고 묻는다면 트러플을 갈아 올린다. 금가루 뿌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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