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Taka - 진짜 현지는 어디인가

Mr. Taka - 진짜 현지는 어디인가

Ivan Ramen과 결이 비슷한 글을 쓰게될 것 같아 묻어두었던는데 골똘히 생각해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다. 굳이 타카를 묶는다면 나카무라와 유사하니 나카무라를 스킵하고 타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맨해튼의 라멘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타카의 본점은 본래 멘도코로 비기야로 전형적인 21세기풍의 도쿄 라멘을 만드는 곳이었다. 지도리를 사용해 가금류의 맛을 강조하는 기본 스프, 거기에 일본풍 해산물을 얹어 W, 트리플 스프를 만드는 것으로 데뷔 당시에는 라멘 워커서 신시대의 주자로 주목하기도 했지만 2022년에는 정말 100곳이 아니라 500곳은 셀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라멘을 내는 곳이다. 뉴욕 진출의 발판이 되었던 빕 구르망에도 더 이상 등재되어있지 않다.

하지만 미스터 타카의 음식은 비기야는 커녕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생각나지 않게 만들고 있었으니 이 모든 것은 기우였다.

지나치게 눌린 계란이 일본적인 기준에서는 한계의 선을 넘은 것으로 이미 판단 불가의 음식으로 취급받겠지만 타카의 두 국수는 모두 나름대로 재밌었고, 국물이 당기는 동양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하고 있었다. 김치 히야시츄카는 싸구려 김치를 바탕으로 만들어 한국 사람 입장에서 품격이 높은-특히 일본적인 기준에서의 품격에 빗댔을 때- 음식이라고는 하기 어려웠으나 comfort food로서 아주 재미있었다. 히야시츄카의 신맛과 김치의 신맛을 이어내는 단순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죽순과 함께 덩어리 섬유질로 얹어지니 부담스럽게 넉넉한 닭고기 차슈를 받치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강렬하게 조미된 진짜 차슈와 달리 히야시츄카의 토핑은 중국식 냉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쥴리엔을 친 야채들과 함께해야 하는데, 그 자리에 라멘 토핑과 김치를 배치한 것이다. 면에 배어든 신맛과 함께 전체적으로 통일된 가락을 이루는 가운데 저항하는 정도 역시 일관성이 있어 여름에 재밌게 먹기 좋은 계절 메뉴라는 느낌이었다.

국물이 있는 정규 메뉴 쪽은 반대로 일본식 중에서도 옛스러운 돈코츠의 전형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민찌와 잡다한 내용물들이 전체적인 인상을 full mess로 만든다. 섬세하고 정교한 가락보다는 강함에 강함을 얹고 또 얹어 과연 심심하지 못하게 붙들고 흔드는 감각이다.

맨해튼까지 와서 일본의 전형적인 맛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먹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아 물론 이 서양인들은 그런 것에 환상을 가지고 있기야 하겠지만(한국인들도 일본 음식에 대한 환상이 오죽한가) 타카의 음식은 시대를 정확히 관통하고 있었다. 맨해튼에서는 맨해튼 음식을 해야 재미가 있는 법이다. 토마스 켈러가 뉴욕에 레스토랑을 낼 때는 이름을 뉴욕 그 자체per se로 짓고 동부의 식재료와 문화를 흠뻑 빨아들였듯이, 일본에서도 가장 일본적인 음식을 하던 사람이라도 맨해튼에서는 맨해튼 사람이고, 맨해튼에서 하는 음식은 맨해튼 음식이다. 우리가 그렇게 목매는 현지가 따로 있는가, 자신이 선 땅이 바로 현지이고 고토치ご当地다. 가장 세계적인 도시인 뉴욕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맨해튼에서 한 끼 식사라는 생각을 들게 해주는 식사. 나는 지구 반대편에서 서울을 떠올렸다. 서울의 국물에는 과연 서울이 얼마나 비치고 있을까? 결국 또 똑같은 말을 하게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