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뚜루 퓨어 코코넛 - 코코넛을 존중하는 아이스크림

나뚜루 퓨어 코코넛 - 코코넛을 존중하는 아이스크림

처음 롯데제과에서 순식물성 아이스크림을 출시했을 때만 해도 시큰둥했다. 식물성으로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을 뿐, 애초에 동물성 나뚜루에도 흥미가 없었으므로 지나가는 셈 쳤다.

그러나 올해 나온 순수한 코코넛맛 아이스크림은 주목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일단, 한국 하겐 다즈에서 나온 물건은 전에 다룬 바 있고 100% 코코넛도 아니다. 코코넛 밀크 등의 단가도 문제려니와 딱히 인지도가 있지도 않기 때문에 동네의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종류도 아니다. 딱 한 번, 코스 형식으로 디저트를 내는 곳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경우를 만나보았을 뿐이다. 그러나 코코넛이 오죽 탐스러운 과일인가? 이걸로 아이스크림을 빚는다면 먹어봐야지.

개당 정가는 5자리수지만 나뚜루는 흔한 세일 덕에 KRw 6~7000가 정가로 자리잡았다. 이 파인트는 묶음 세트를 구매해서 KRW 5000 언저리의 비용을 지출했다. 474ml에 이 가격이라면 별 기대 없이 맛만 나세요 정도의 기대를 하게 되는데,

예상 이상으로 훌륭한 질감과 모자라지 않은 맛에 두 번 놀랐다. 다른 대체유에 코코넛향을 입히는 방식이 아닌 코코넛 밀크를 직접 쑤어서 베이스를 만든 느낌인데 그 맛의 농도가 가히 나뚜루에 기대한 바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냉동고의 유일한 코코넛 아이스크림으로서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당도가 국내의 기호에 맞게 설정된 점은 아이스크림이 선사하는 죄악의 기쁨guilty pleasure에 닿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코코넛 향의 훌륭함은 그런 부분은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정도다.

또 놀라운 점은 기대하지 않은 질감의 훌륭함이다. 완전히 scoopable하면서 나뚜루답지 않게 점도가 높아 언중의 표현인 '쫀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질기지 않고 저항하지 않는다. 묵직한 코코넛향이 천천히 풀리면서 긴 여운을 연출한다. 우유가 아닌 식물성 지방을 포함한 코코넛 밀크에 대한 높은 이해가 있지 않다면 만들 수 없는 좋은 질감이다.

경쟁자도 없지만, 있어도 당분간은 다시 손이 갈 만큼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하게 만들어진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만났다. 나뚜루, 비건, 아이스크림에 한해서 나에게 완성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심어주는 기호들이지만 이 파인트를 통해 다시 배웠다. 퓨어 코코넛은 좋은 아이스크림이다. 롯데제과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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