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기연재: 누벨 퀴진 50주년 리마인드

부정기연재: 누벨 퀴진 50주년 리마인드

La cuisine, c'est quand les choses ont le goût de ce qu'elles sont.

Curnonsky, Prince des gastronomes

미식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맛보았으면 하는 프랑스 요리의 최고요리사로 지난해 지스카르 프랑스 대통령으로부터 레지응 드뇌르 훈장까지 받은 일군의 요리사들이 신프랑스요리를 개발해냈다.

최고급 음식점임을 표시하는 별3개짜리 리용의 식당주인이며 프랑스미각의 대표자로 알려진 요리사 폴보큐즈를 비롯해 맹셰리, 트롸그로, 상드랭, 비유, 비에, 게라르, 샤펠, 베르제, 라포르트등 일류요리사들이 말하는 신프랑스요리란 현대인생활에 적응토록 만들어진 요리를 말한다.

신프랑스요리는 요리의예술이라 해서 한가하게 공들여 만드는 그런 요리가 현대생활에 알맞지 못하기때문에 출현한것.

요리를 만드는 주부들이 직장과 텔레비전에 시간을 빼앗기고 부엌도 최소한의 규모로 축소된데다가 남자들도 요즈음의 산업시대에 적응해 살기위해서는 인스턴트 식품따위로 허겁지겁요기나하고 직장으로 뛰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한편 사람들의 입맛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음식 섭취량은 소량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신프랑스요리의 출현은 미식을 최대의 긍지로 삼는 나라 프랑스에서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신헌한 재료의 사용을 원칙으로 삼아 좀더 먹음직스러워보이는 색깔로 빵을 구워내는 오븐개발등 자신들의 예술요리 개발에 고심하는 이들 요리사들이 공개하는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10가지 비결을 들어보면...

경향신문, (1976년 6월 24일), 新프랑스 요리 10가지 調理法. 제4면.

"누벨 퀴진"은 1973년 10월, 고미요 54호에서 앙리 고와 크리스티앙 미요가 선언한 새로운 요리의 십계명을 말한다.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무려 1976년이며, 이 시기 한국 최초의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조선일보, (1983년 12월 3일), 1면 전면광고.

그러나 프랑스 요리의 토양은 여전히 피폐하다, 아니, 어떤 서양 요리나 하다못해 한국 요리를 해도 무언가 빠진 느낌이 든다. 돈이 없는가? 아니다. 후줄근한 요리에도 돈을 쥐고 줄을 설 사람들은 많다. 재료의 환경이 나쁜가? 환경이 좋아질 이유가 없다는 쪽에 가깝다. 농식품의 콜드체인까지 지원해주는 오늘날이고,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한우나 돼지고기 등은 끊임없는 개량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의 외식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왜 그런가. 백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하나 꼽자면 맥락의 부재라 본다. 요리도 결국 인문의 일종인데, 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이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니 알맹이가 빠진 것 같은 결과물이 많다. 유명 셰프의 이름은 알지만 그들이 대체 무슨 요리를 하고 당시 프랑스인들에게 무슨 영감을 주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대학이나 특성화고 또는 학원 따위에서 이름을 몇 개 던져주고 끝날 뿐이다. 물론 그 이름들이 큰 단서가 될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레시피가 가끔 굴러다니기는 하지만 레시피는 결국 아이디어의 반영일 뿐으로, 같을 수 없는 환경에서는 아이디어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 아이디어, 그 경험, 그 문화가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매우 역부족인 작은 자료이지만, 분명 재미는 있으리라.

본인 소장의 "라 누보 기드 고-미요" 제54호, 유명한 누벨 퀴진 10계명이 게재된 바로 그 문헌이다. 불과 세 페이지 정도에 빽빽하게 기록된 누벨 퀴진 십계명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움직임으로 이어졌으며, 혹은 이미 존재하는 움직임에 대한 선언이었다. 이는 2차대전 후 요리사들에 의해 탄생했고, 두 평론가에 의해 개화했으며 다시 이를 이끌어나간 셰프들에 의해 결실을 맺었다. 고와 미요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10계명은 두 사람이 발명한 것이 아닌 프랑스 요리의 새 스승이 만들어낸 윤곽에서부터 찾아낸 것이며, 그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 Bocuse: 페르낭 푸앙의 제자, 요리의 교황, Paul Bocuse. L'Auberge du Pont de Collognes
  • Troisgros: 페르낭 푸앙의 제자, Jean, Pierre Troisgros 형제, Troisgros(舊 Les Frères Troisgros)
  • Haeberlin: 페르낭 푸앙의 제자, Paul Haeberlin. L'Auberge de l'Ill
    프랑스 외 지역에 현대 프랑스 요리의 초석을 닦은 요리사로, 그의 주요 제자로는 Eckart Witzigmann, Hans Haas(Tantris, 뮌헨), Jean-Georges Vongerichten(Jean-Georges, 뉴욕), Herbert Keller(Fleur de Lys, 샌 프란시스코) 등이 있다.
  • Peyrot: 페르낭 푸앙의 제자. Claude Peyrot. Vivarois.
    1973년 고미요가 "성인"으로 칭한 바 있고, 그의 레스토랑은 미쉐린에 4스타가 생긴다면 그 후보로 언급되는 곳이었으나 스스로 은퇴 후 문 폐업, 주요 제자로는 Bernard Pacaud(L'ambroisie, 파리).
  • Denis: Christian Denis.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자선 경매에서 낙찰받은 "1회 무료 식사권"으로 최고의 만찬을 부탁하자 4,000 USD짜리 식사를 만들어준 에피소드로 더 유명하다. 이 식사는 교황이 우려를 표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Chez Denis.
  • Guérard: Michel Guérard. 누벨 퀴진의 선구자이자 누벨 퀴진의 탈피(cuisine minceur)를 다시 주창했던 요리사. Les Prés d'Eugénie
  • Manière: Jacques Manière. 위의 인물과 함께 누벨 퀴진의 초창기를 이끌었으며, 창의적인 요리 방식으로 유명했다. 대표적인 제자로는 Jean-François Piège(견습이었음, La Grand Restaurant, 파리).
  • Minot: François Minot. 전설적인 레스토랑 La Côte d'Or의 3대, 후임과 전임에 다소 가리고 만 요리사. La Côte d'Or
  • Chapel: 페르낭 푸앙의 제자. Alain Chapel. 누벨 퀴진의 대표주자. 주요 제자로는 Alain Ducasse(Le Louis XV, 모나코).
  • 이외에도 Girard, Senderens, Oliver, Minchelli, Barrier, Vergé, Delaveyne 등이 있다.

이번 부정기연재에서는 누벨 퀴진 십계명의 내용을 다시 상세히 알아보고, 그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곁들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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