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에의 기원

프레지에의 기원

프레지에에 대해 이참에 정리하고 넘어가자. 기본적으로는 제누아즈를 바탕으로 한 앙트르메의 일종이다. 프레지에라는 이름이 일반적이지만, 사실 이 케이크에는 유력한 원본이 있고 그 이름은 전혀 다르다. 가스통 르노트르의 바가텔(Le Bagatelle/Le Bagatelle aux fraises)이다.
바가텔이란? 그가 공공연히 밝힌 것은 아니지만 파리의 바가텔 정원의 이름을 따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화사하게 꽃피운 늦봄의 정원을 본따 4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딸기의 계절을 넉넉히 담아내고, 그 강한 생명력을 지닌 신맛을 제누아즈와 무슬린으로 포근하게 안아주는 구성이 바로 르노트르 오리지널이다. 원본은 여기에 녹색의 아몬드 페이스트를 사용해 정원의 푸르름을 연출하고, 향미를 더하기 위해 더욱더 고전적인 프랑스 방식, 키르슈를 사용해 노트의 흐름까지 연결해 내지만 데세르 프랑세즈도 가벼움의 길을 걸으며 키르슈가 배제되고 아몬드 공정 역시 생략되면서 오늘날의 프레지에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Bagatelle aux Fraises", Gaston Lenôtre, (1975), Faites votre pâtisserie comme Lenôtre, edition Flammarion. 본인 소장본.

최근까지도 프랑스의 주요 파티셰들은 여전히 이 바가텔의 영향을 받은 프레지에를 선보이고 있다. 리큐르의 흔적보다도 중요한 것은 프레지에는 무른 과육을 가진 딸기가 몇 번 씹어 스러지는 사이 지방과 단맛을 온전히 전해야 한다는 부드러움의 만트라다. 제누아즈와 크림이 충분히 부드러워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크림이 입안에서 퍼져나간 직후 터져나오는 딸기의 신맛이 입안 곳곳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케이크의 내구성이 지나치다면 그 꿈은 실현되기 어렵다.

르노트르의 바가텔이 프레지에가 좇아야 할 이상향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바가텔은 피에르 에르메가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만들어진 케이크인 만큼,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도 남을 레시피다. 하지만 르노트르는 분명 탁월한 파티셰였으며, 그가 정립한 이 레시피에는 분명한 방향성이 있고 그것을 따를 때 보편적인 쾌락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그 꿈을 간직하고 있는 프레지에를 만나고 싶다.


바가텔의 레시피를 관심이 있는 분을 위해 번역해둔다. 다만 이 레시피는 불어판이 아닌 영어판 기준(저자의 불어 실력은 한심한 수준이다)

준비 시간: 25분
재료: 케이크 1개, 6인분 기준
버터 크림 필링 300g[1]
제누아즈 케이크 1장[2], 15cm 사각형 또는 20cm 원형
키르슈로 향을 낸 디저트 시럽[3] 150ml
필링용 신선한 작은 딸기 300g, 일부는 반으로 잘라 준비
큰 딸기 6개

데코레이션
레트 커런트 젤리 100g
큰 딸기 12개 또는 아몬드 페이스트 데코레이션[4] 150g

케이크 조립: 전날 버터 크림 필링을 준비해 두었다면, 냉장고에서 한 시간 전에 미리 꺼낸다. 제누아즈를 케이크 칼로 반으로 자른다. 카드보드에 반쪽을 바닥에 놓고 제과용 붓으로 디저트 시럽을 먹인다. 버터 크림 필링을 케이크 위에 3mm~5mm 두께로 펴바른다.
딸기를 크림 위를 덮개 놓고 케이크 모서리의 딸기는 반으로 자른다. 모든 딸기는 아래의 크림 위에 "서 있는" 상태여야 한다. 두 번째 버터 크림 필링으로 딸기 위를 완전히 덮는 켜를 쌓는다.
버터 크림 필링 상단에 두 번째 제누아즈 켜를 놓고 제누아즈에 제과용 붓을 사용해 디저트 시럽을 먹인다. 이 켜를 다른 버터 크림 필링으로 완전히 덮는다.

장식: 커다란 딸기 12개를 레드 커런트 젤리에 담그고 케이크 상단에 놓은 다음 케이크 전체를 레드 커런트 젤리로 덮거나 다음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 케이크를 아몬드 페이스트로 장식한다.
녹색 아몬드 페이스트를 사용해 케이크 상단을 덮을 만큼 충분히 시트가 커질 때까지 밀어 펴거나(측면의 딸기가 완전히 고르고 똑바르게 서있지 않은 경우) 아몬드 페이스트가 케이크의 측면까지 덮을 때까지 밀어 편다.
아몬드 페이스트를 올리고 난 다음, 케이스 상단에 버터 크림 필링으로 만든 장미나 패스트리 백으로 만든 다른 장식을 올린다. 여러 색의 아몬드 장식을 상단에 올리고 딸기를 함께 놓은 다음 전체를 레드 커런트 젤리로 덮을 수도 있다. 서빙하기 전에 케이크를 냉장한다. 이 케이크는 준비한 날 먹거나, 최소 다음 날에는 먹어야 한다.


  1. 책에 별도의 레시피(Crème au Beurre Nature)로 수록되어 있음. 대충 설명하자면 크림, 설탕, 물, 노른자, 버터로 천천히 저어서 만든다. ↩︎

  2. 역시 수록되어 있음. ↩︎

  3. 상동 ↩︎

  4. 상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