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모자피자 - 배달 피자 비앙카

빨간모자피자 - 배달 피자 비앙카

원래부터도 배달 음식으로 대중에게 소개되었던 피자는 음식 배달 산업이 스마트폰과 COVID-19라는 두 가지 큰 분기점을 지나면서 그야말로 점입가경으로 망가지고 있다. 현시대 한국의 피자의 화두는 너나할것 없이 모두 토핑에 쏠려있다. 토핑을 내세우는 체인의 존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미국발 체인들도 핫도그에나 들어갈 긴 소세지를 올리고, 재수가 없기로서니 진짜 핫도그를 올린 피자 따위도 이미 존재하고 있다. 소위 '어그로'를 끌어야 하는 일회성 소비재의 운명 때문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아슬아슬하게 일상에 걸쳐있다는 점에서 음식은 최소한의 항상성을 지킬 필요가 있는데, 피자는 애석하게도 자꾸 멀어지려고만 한다.

나는 한국식 피자의 토핑 문법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데, 예컨대 고구마 무스로 단맛을 입힌다거나 하는 방식이 그렇다. 질감의 일체화를 위해 재료를 으깨 가공하여 올리는 방식은 혁신적인 피자에서도 볼 수 있는 방식이며 영역을 구분해 맛을 다변화하는 방향 또한 구현하는 방식에 따라 좋은 결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 나쁜 고구마 피자가 나오더라도 아이디어 자체를 파기하기 전에 실행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비슷한 취지로 캐나다의 파인애플 피자에 대한 논쟁도 무의미하다. 모두가 먹은 하와이안 피자의 기술적인 세부 사항은 매우 큰 차이가 있을 것이 명약관화한데 뭉뚱그려 하나의 논쟁을 하는 것이 얼마나 큰 소득이 있겠는가? 시간 떼우기로는 유익할지 몰라도 진정 피자를 위해서는 무익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토마토가 없는 흰 피자Pizza Bianca 바탕으로 강하게 조미한 해물의 짠맛으로 당기는 빨간모자피자의 리코타 씨푸드 또한 한국식 피자가 가지는 탈맥락적이고 자유로운 사고가 가져온 작은 승리라고 부를 가치가 있다. 여기에 파인애플과 방울토마토로 신맛을 덧대 지속적인 취식을 가능케 하는데 이는 얼핏 피자계의 고전에 오른 프랑코 페페식 뉴 헤이븐 화이트 클램 파이를 떠오르게도 한다. 물론 페페의 파이는 수분율이 55%를 하회하는 건조한 레시피에 발효 역시 크게 강조하지 않는 등 도우에 있어서부터 천차만별이지만, 흰 피자에 해산물의 짠맛, 과일의 신맛까지 큰 틀에서 성공하는 방식은 유사하다.

미국에서 빈자의 요리로 소개되었던 이탈리아 요리가 한국의 부유층에 의해 럭셔리한 것으로 전유되는 과정을 거치고, 음식의 귀천을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로 나누는 궁박한 재료 사정이 더해져 기본적으로 치즈를 위시한 지방을 극단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탄생한 것이 한국 피자의 큰 맥락인데, 결국 지방을 감당해낼 조미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두고 리코타 씨푸드 피자는 일단 네발 포유류, 최소한 닭고기 내음이라도 나야한다는 굴레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치즈 전체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맛의 그림이 갖추어져 있다. 곧바로 테이블 서비스로 나가지 못하는 문제와 어쨌거나 시각적으로 확인되어야만 믿는 문화의 한계 때문에 신맛을 과즙 등으로 경쾌하게 처리하지 못해 과육이 중첩되어 씹는 가락에 살짝 흠은 생기지만, 일상 음식의 영역에서 충분히 안전한 정도라 본다.

빨간모자피자 역시신메뉴의 경우 전술한 점입가경식 피자를 열심히 내고 있고, 다른 배달 피자 프랜차이즈에도 독자들이 가진 나름의 일상 속 보물이 있을 지 모른다. 이제 이런 것까지 언급하게 되는데 내가 이 피자를 두고 글을 쓰는 것은 이 피자가 여타의 피자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못박기 위함이 아니다. 물론 핫도그를 올린 피자 따위보다는 가치가 있는 음식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당신이 핫도그가 올라간 피자를 좋아했다고 해서 내가 당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로 인해 피자 세상이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되는가? 그런 흐름이었다면 이런 글은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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