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aurant De Tapperij - 비스크

Restaurant De Tapperij - 비스크

네덜란드 덴하흐(헤이그)는 인근의 로테르담같은 첨단의 부촌은 아니지만 제네바와 함께 외교의 중심지로 프랑스어만큼이나 프랑스 요리를 맛볼 기회가 풍성한 도시라는 점을 알아두면 좋다.

휴양지도 아니고 대도시도 아니기 때문에 휘황찬란한 레스토랑은 거의 없지만, 일상에서 감동에 젖을 수 있는 요리는 넉넉하게 만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타퍼라이의 비스크 스프다.

비스크, 미르푸아에 토마토와 크림, 갑각류 그리고 마지막의 차이브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로, 지구의 거의 전역에 분포하는 갑각류의 다양성에 비해 결과물은 대부분 평이하게 나오는 소박함을 품고 있으나 일부 상품성 좋은 갑각류 덕에 고급 요리가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요리이기도 하다.

나는 비스크의 열렬한 팬이면서도, 적절히 만들어지지 않는 비스크에 항상 의구심을 품고 있다. 냉동 갑각류로 만든 적당한 수준의 비스크가 단순히 프랑스의 조리법이라는 이유로 값비싼 요리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다. 하지만 살면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비스크는 바로 그런 종류라서 나는 비스크에 대한 애증을 가지고 있다.

타퍼라이의 비스크는 다시금 나의 비스크에 대한 꿈과 사랑을 떠올리게 만든 일상의 걸작이다. 어둡게 뽑지 않았지만 (조명이 어두운 것이다) 충분한 껍질의 향, 맑지만 힘차게 저어낸 찰나의 질감, 그리고 방점을 찍는 것은 네덜란드의 특산물인 자주새우(Crangon crangon)로, 아주 작은 새우라 스프를 뽑기에는 무리가 있고 살의 단맛을 더하는 역할인데 적절한 질감으로 네덜란드의 비스크가 향해야 할 방향성을 멋지게 선보인다.

포칭한 다음 그릴에 구워 마무리한 가오리와 코울슬로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네덜란드의 쿨슬라를 곁들인 요리에서는 특별함 없는 일상을 추구하는 주방 시설 속에서도 질감과 완성도에 대한 섬세함을 엿볼 수 있었다. 가오리는 특유의 연골 구조 때문에 세로로 퍼지는 듯한 형태의 근육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떼어내듯 맛볼 수 있을 때 그 촉촉함와 고소함이 좋은 지점이 된다. 그리고 이 주방은 그것을 멋지게 해낸다.

프랑스 요리가 가진 위대함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방대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한 무한한 확장성과 포용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쁜 것을 억지로 들여와서까지 프랑스 본토만을 좇을 필요는 없는데, 그 교훈을 아는 주방은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그런 주방, 요리사, 경영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참으로 기쁘다.

Restaurant De Tapperij · Atjehstraat 66, 2585 VL Den Haag
★★★★★ · Restau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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