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ichella d'Abruzzo, PrimoGrano Traghetti

Rustichella d'Abruzzo, PrimoGrano Traghetti

근대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고열건조, 효율 좋은 압착기 등 대량생산을 위한 여건을 갖췄던 파스타 업계가 이제는 과거의 영광만을 찾아 해맨다. 과거의 생산방식에서 잊힌 장점을 찾는다는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파스타만의 일은 아니어서, 예컨대 청바지 원단을 위해 버려진 구형 방직기를 다시 찾아 쓴다던가 하는 신화가 있는데 가락은 비슷하다. 이곳 역시 러스틱이라는 이름처럼 모든 영광을 과거에 헌납하고 있다.

그래서 결과가 나쁜가 하면 그렇지 않다. 적절하게 삶았을 때에도 면 고유의 맛이 심부에 미세하게 남는데, 특유의 향기가 밀을 먹고있긴 하구나 하는 자각을 일깨운다. 적절하게 씹히는 감각이 있으면서도 덜 익은 끼(Doughy)를 남기지 않는 조리에서 빵밀을 떠올리게 하는 탄수화물의 즐거움이 있으므로 최소한으로만 조미하는 남부의 맛보다는 버터 등 동물성 지방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중부~북부의 맛이 자연스레 어울린다. 그 순간 우리는 상표를 다시 보고 아브루초가 어디께 달려있는지를 떠올려볼 수 있다. 그들이 공산품으로 공산품 이상의 무언가를 만드는 방식이고, 소비자를 넘어 인간으로서 즐기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른바 생면으로 불리는 pasta fresca가 나날이 서울에서 세를 불리고 있다. 물론 국내에도 대형 메어커들의 상표를 단 몇 종의 세몰리나 밀가루가 유통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왜 많은 탄수화물중 듀럼밀인가에 대해 적절한 즐거움으로 응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외려 '생면'보다도 잘 만든 pasta secca가 진정 듀럼밀 문화권의 정수를 보여준다. 달걀 등이 들어가지 않기도 하지만, 이들이 가진 건조 등의 공정은 오늘날 결코 보관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3스타 셰프를 앰버서더로 둔 만치니를 비롯,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좋은 파스타들이 많음에도 그 맛의 즐거움을 나눌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지 않다. 통상 파스타가 면-지방-소스의 세 겹의 켜부터 맛을 쌓아가는 미덕임을 감안하면 그 기반이 되는 탄수화물의 중요성은 압도적이다. 물론 그까짓 것이 사진의 아름다움과 퍼포먼스를 발견하는 놀라움보다 중요하겠냐 하면 아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