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 - 일본식 중화 요리, 볶음밥

나는 중화 요리를 좋아한다. 어쩌면 중국 요리보다 중화 요리를 더 좋아한다. 중국 요리와 중화 요리는 어떻게 다른가? 중국 요리라 하면 중국이라는 물리적 장소-어디까지를 중국으로 정의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문제가 있다-가 필요하고, 주로 중국 본토의 주요 요리 스타일을 벗어나지 않는 것들을 의미한다. 중화 요리는 중국의 요리 문법과 주요 재료를 계승하되 중국이라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웍과 화구만 있다면 중화 요리라고 부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중국 요리에 속하는 중화 요리는 굳이 중화로 표현할 실익이 적으므로, 나에게 중화 요리라고 하면 중국의 문법을 사용하되 다른 문화권에서 뒤섞여 변화하고 발전한 그런 요리를 의미한다. 한국식 중화 요리인 짜장면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재료와 기술을 사용하지만 철저히 한국적인 요리로 자리잡지 않았는가.
일본의 중화를 대표하는 메뉴라면 라멘인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라멘과 그 나머지가 가는 길이다. 라멘은 이미 미국의 미디어를 통해 세계적인 요리가 되었고, 서방 국가의 대도시라면 수준이 높지는 않아도 일본식 라멘을 대부분 만날 수 있다. 도쿄를 수놓은 유명 라멘 가게에는 외국인들이 함께 줄을 서고(우리도 그 중 하나이다), 라멘 주방은 고고한 철학이나 심도 깊은 요리관을 내세우고 있는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반면 나머지 일본식 중화는 어떠한가? 자체적으로 거대한 씬이 있지만 라멘과는 달리 철저한 현지인 중심이다. 심지어 중국계 사람들마저도 대부분 일본에 관광을 온다면 일본의 중화 요리 게임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날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한국식 중식의 무대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일본에서도 중화를 찾게 된다.
카구라자카에 위치한 "류호"는 1978년 마츠자키 타카아키(松﨑隆明)가 개업한 곳으로, 그는 암 투병 중 몇 년 전 타계했고 현재는 그의 아내가 가게를 맡고, 주방은 이시자키 카즈야(石崎和也)라는 중년의 요리사에게 맡겨져 있다. 류호를 대표하는 요리라고 하면 도쿄 으뜸을 다투는 볶음밥으로, 차슈를 넉넉하게 넣고 초벌 없이 볶아낸다. 차슈의 단맛과 소금, 그리고 파와 약간의 기름으로 당겨내는 쌀의 기쁨이 가득하다. 특히 발군인 것은 차슈로, 깍둑썰어 볶음밥에 넣는 것이지만 촉촉함이 살아있다. 사견으로는 인천의 용화반점과 유사한 "첫 한 입의 임팩트"형 볶음밥이라고 보는데, 돈골과 어패류의 느낌이 중첩되는 맛이 깊은 국물과 차슈 덕에 한 그릇의 완식까지 쉬이 질리지 않는다.
얘기가 나온 김에 다뤄보자면, 흔히 거리에서 마주하는 중화식 볶음밥은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갖추고 나면 첫 몇 입에서 강하게 인상을 남기는 것들이 있고, 또 한 그릇을 전부 비우고서야 인상이 완성되는 것들이 있다. 간장이나 굴소스의 유무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이외에는 기름을 쓰는 정도, 파나 후추 등 향신의 정도에 따라 인상이 갈린다. 그리고 굳이 나누자면 나는 후자의 볶음밥이 조금 더 높은 레벨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다룰 주제는 아니므로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 가게를 빛내는 또 다른 요리는 회과육(ホイコーロー)으로 첨면장의 단맛이 센불에 빠르게 볶아내 조직의 질감이 살아있는 양배추와 만나 한층 더 짙은 중화의 단맛으로 이끌고, 균형은 마늘과 피망이 맞춘다. 목살(일본에서는 카타로스) 즈음한 부위를 써 지방의 분포가 고르지 않은 점은 옥의 티이지만 가벼운 동네 요리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 차슈와 같이 중화 요리가 결코 강한 불을 쓴다고 해서 촉촉함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는 핵심을 꿰뚫고 있다.
요리만큼이나 이 가게가 유명한 것은 "The Lahmen"이라는 가게 바깥의 글귀인데, 실제로도 선대 오너는 라멘의 연구개발에 매우 힘썼다고 한다. 특별한 라멘 메뉴도 있고, 장국의 스프만으로도 과연 국물에 어설픈 마음으로 도전하지 않는 가게라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이 단순하고도 위대한 볶음밥을 넘어서려면 또 한 사람을 더 데려와야 하겠다.
- 같이 보기: 볶음밥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