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목장 - 유기농 아이스크림 밀크
파스퇴르의 저온살균, 서울우유의 (처참히 잊힌) 저지종 마케팅이 있었다면 매일을 견인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은 건강이나 가족 친화적인 이미지를 재고하는 데 있는데, 상하목장은 그 기수에 해당한다. 병 우유부터 치즈 등 각종 유가공품에 이르기까지 상하목장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한결같이 고품질, 유기농 등 인체에 무해함을 내세우고 있는데 사육환경 등에서 유의미한 편차를 보여주지 않아 결국 맛이 비슷하므로 선택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당장 상하목장 버터나 지리적 표시제와 무관하게 제법에 따라 이름을 인용하고 있는 치즈들을 살펴보라. 과연 두 번 다시 사겠는가? 뿌리부터 잘못된 한국 우유의 맛이 바뀔리 만무하다.
그렇지만 은근슬쩍 가격이 오르더니 프로모션도 하지 않는 하겐다즈를 곁에 두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상하목장 아이스크림이 이목을 끌었다. 끌레도르보다는 단가가 있었지만 내세우는 제품의 방향성 등이 썩 마음에 들었기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다.
그래서 중요한 맛은 어땠나. 기묘한 나쁨이었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텍스처로, 상온에 적절한 시간 방치했음에도 숟가락이 가는 대로 떠지는 것이 아니라 직물과 같은 조직을 잘라내는 저항감을 내비친다. 입자들이 지나치게 강하게 엮여있다는 느낌으로 유쾌하지 않다. 유기농을 내세우는 제품답게 (원래는 관련이 없음에도) 밋밋한 맛을 추구하고 있는데 살짝의 바닐라의 향과 그에 따라 혀끝에 느껴지는 신맛이 느껴지는 정도를 제외하면 다음 한 숟가락으로 나아갈 명분이 없다.
이제는 수도권에도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는 개인사업자의 밀도가 포화에 가까울 정도로 늘고 있다. 그러나 내실이 없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 "로마 3대 젤라또" 타령하던 나라에서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잘 만들 턱이 있겠나. 하지만 이 제품은 그걸 감안해도 시대에 어긋나 있었다. 서주아이스바로부터 배운게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