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스 서울 - '깨끗한' 락사
서울에 마땅한 락사가 없기에 인천까지 가야하는 일도 있었는데, 그곳마저 생면 파스타(!)의 길을 가고 말았던 적도 있지만 천만의 도시 서울에 건실한 락사 가게가 하나 없는 것은 아니다.
스파이스 서울은 '사업가의 아이템'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그런 입지에 위치하고 있지만 사대문 안에서 락사를 먹어야 한다면 꽤 빠르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간이다. 유명한 싱가포르의 요리사가 감수한 것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막상 외국인 요리사들에 대한 관심도가 영에 가까운 우리나라이기에 가게를 채우고 있는 것은 대부분 외국인, 또는 경영진이나 직원의 지인 같은 사람들이다.
페이스트에서 올라오는 적절한 해물의 감칠맛, 그리고 코코넛의 지방이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이곳의 스프는 이런 형태의 음식이 떠오를 때 그 갈망을 해소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다만, 이 한 그릇의 요리가 여러분을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로 데려다주지는 않는데, 낯설도록 깔끔하기 때문이다. 락사의 스프에서 기대하는 모습이란, 내 기억속에서는 맑음보다는 탁함이다.
물론, 당연히 달라야 하는 것도 있다. 내가 싱가포르에서 만났던 대부분의 락사는 일회용기가 더 익숙한, 그런 것들이었으니까. 락사의 종류가 가진 방대함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스파이스 서울의 락사는 그 환경에 맞춘 락사라는 인상이다. 에어컨이 나오는 깨끗한 2층에서 원한다면 샴페인까지 주문할 수 있는 환경에서 락사 국물을 마시니, 달라도 너무 다른 환경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