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바마에

소바마에

모모조노 소바 만들기 협회(桃園そば打ち会)?? 음식이 나왔을 때 마주할 수 있는 요리사의 머리에 써있는 글귀였는데 기억에서 사라지지가 않았다. 세상에 그런 단체도 있나. 찾아보니 실제로 있었다. 주오구의 가정집 비스무리한 건물을 주소로 하고 있는 단체였는데 실제로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였다. 처음에는 이 모자에 머리가 사로잡힌 나머지 음식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다시 온면을 먹은 뒤 정신이 들었다.

나는 이 청어 소바(니싱소바)라는 음식이 한국에 필요한 일본 요리라고 생각한다. 관서, 정확히는 교토의 전통을 보여주는 다양한 음식 중에서도 메밀로 국수를 뽑는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낯설지 않으면서, 전형적인 교토식 다시와 바싹 졸인 등푸른 생선의 맛은 이국적인 음식으로서의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나는 한국의 바다가 가진 풍성한 등푸른 생선 자원이 굉장히 귀중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위대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등푸른 생선의 입지는 계속 쇠퇴하고 있다. 정어리, 청어, 고등어, 전갱이에 넓게 보면 멸치까지 등푸른 생선들은 오랜 세월 서민들과 울고 웃어온 생선이지만 조리법은 그 독특한 맛을 살리는 방식으로 마땅히 개선되어야 함에도 한식의 등푸른 생선에서는 좋은 변화를 목격하기 어렵다. 메밀은 또 어떤가. 일본인들처럼 반죽 비율을 따질 필요는 없지만 특별히 신경써서 한 끼를 먹지 않는다면 색만 검을 뿐인 고무줄을 씹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름이 되면 서울권에 기라성같은 냉면가게가 많더라도 먼저 기다리는 동안 무더위를 한껏 쐬지 않고서야 메밀 비스무리한 맛이라도 보기가 힘들다.

그러한 상황에서 서울에서 고등어나 청어를 이용한 메밀국수를 내는 곳은 조선호텔 주방에서 배워온 곳들-그래서 가격도 조선호텔같은 가격이다-, 나머지는 요리학원에서 배웠을법한 곳들 뿐이었다. 그나마도 기승전 스시 오마카세라는 한국의 일식문법에 발을 맞춰 스시 카운터에서 등장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마지막에 탄수화물을 쏟아내는 마무리 볶음밥식 구성의 합리성은 둘째치고 면은 구색에 불과하니 기운이 빠진다.

그러다가 이러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가게를 들렀던 게 2020년 9월이었는데 꼬박 일 년여가 지나고 나서 서울 반대편에 다른 맥락으로 또 청어소바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오른 물가를 감안하고서라도 가격도 품질도 또 차이를 보인다. 「소바마에」의 졸인 생선이나 순간을 위해 버티고 있는 듯이 가벼운 메밀의 가락은 한 단계 높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상 음식으로서 충만함을 주는 단맛이나 짠맛은 아니고 반대로 로산진 이하의 무미를 꿈꾸는 듯한 맛인데 반해 그러한 설계가 납득이 되는 일식 특유의 향의 맥락은 크게 짚이지 않는 점은 한계이다. 보통 식사라면 이런 지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기온 복판에 있는 명점에서 먹는 가격이니 모자란 부분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하여간 이전 글에서도 다루었듯이 메밀면은 보편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익숙함, 그러면서도 가정식으로는 절대 만들어먹을 수 없다는 특별함이 뒤섞여 철저한 외식으로서의 한 끼 식사로 자리잡고 있다. 아마추어가 없는 완전한 프로들의 세계라는 말인데, 일본식 메밀면은 아직 그 무대의 흥에 제대로 어울리고 있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