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셰프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 NOTE: 이 글은 2020년에 작성했던 원고를 토대로 가다듬은 것입니다.

오트 퀴진(파인 다이닝이라는 표현보다 이 단어가 비교적 아주 많이 적절하다)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셰프는 현대에서 여느 분과학문의 연구자, 장르예술의 예술가 못지않게 주목받는, 어쩌면 그들에게도 주목받는 인격체로 대우받고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그들의 존재는 성공으로 인해 인정받을 뿐 그들이 어떤 인격이며, 어떻게 사고하고 표현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 최고로 불리는 오트 퀴진 셰프 중 대다수가 미디어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음에도 미디어는 그들의 피상적인 부분만을 다룰 뿐이며, 실용적 용도를 위해 일부 기술적인 이해가 퍼져있을 뿐 그들을 하나의 창조적인 인간으로 이해하기 위한 접근 방식은 여전히 굉장히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창조하는가? 가능하면 모두의 목소리를 담고 싶겠으나 세계 도처에 값비싼 음식을 파는 요리사들은 너무나도 많고 그들이 모두 과연 창조적인 오트 퀴진 셰프인지도 불분명하다. 반대로 분명히 반드시 화려하거나 값비싸지 않은 방식으로 창조를 수행하는 요리사 역시 무수히 많이 존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이들을 발굴하는 것이 비평의 과제임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당장 만족스럽게 수행할 수 있는 과업은 아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주로 유럽의 요리사, 미쉐린 가이드와 고&미요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셰프들에 한정하여 다루어보고자 한다. 셰프들이 어떻게 "창조성"이라는 개념을 학습, 이해 및 수행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셰프들과의 인터뷰가 분석 대상이 되었다:

국가 이름 레스토랑 미쉐린 고미요 직업 교육의 스승
영국 Fergus Henderson St John's 1 N/A 독학
영국 Raymond Blanc Le Manoir aux Quat'Saisons 2 N/A 요리는 독학, 옥스포드대 물리학과 교수인 Nicholas Curti에게 교육받음
프랑스 Jean-George Klein Villa René Lalique 3⇒2 18 부모
프랑스 Michel Troigros Troigros 3 19⇒18 선대 트루아그로를 비롯한 다수 셰프
프랑스 Michel Bras Bras 3 19⇒18 독학
프랑스 Sébastien Bras Bras 3 19⇒18 부친(미셸 브라)
스페인 Andoni Luis Aduriz Mugaritz 2 N/A 후안 마리아 아르작, 페드로 수비야나, 페란 아드리아, 마틴 베르사테기
스페인 Joan Roca El Celler de Can Roca 3 N/A 페란 아드리아, 산티 산타마리아, 프레디 지라르데, (조엘 로부숑)
스페인 Ferran Adrià N/A N/A N/A 호텔 견습
오스트리아 Heinz Reitbauer Steirereck 2 19⇒15 오바우어 형제, 알랭 샤펠, 앙통 모시망
오스트리아 Roland Trettl Ikarus 2 19 에카르트 비치히만
독일 Harald Wohlfahrt Schwarzwaldstube(퇴직) 3 19.5 에카르트 비치히만
독일 Dieter Müller Ritz Carlton Berlin 0 15 에르네스토 슐레겔
독일 Nils Henkel Das Bootshaus 0 16 디터 뮐러
독일 Heinz Winkler Heinz Winkler 2 17 폴 보퀴즈
독일 Hans Haas Tantris 2 18 폴 하에베를린, 에카르트 비치히만
독일 Joachim Wissler Vendôme 3⇒2 19 호텔 견습
독일 Juan Amador Amador 3 18.5 알버트 불레이

그리고 셰프들과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공통적으로, 창조성을 논하면서 다음과 같은 세부적인 주제가 논의되었다.

맥락의 적절성

  1. 처음부터 무한한 창의성을 발휘한 셰프도 있겠지만, 많은 셰프들은 헤드 셰프로 올라서기 이전 수련 단계에서는 주로 기존에 존재하는 요리의 방식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거치는 경향이 있었다. 선대 셰프들을 스승으로 둔 요리사들의 경우, 학습 과정에서 퀴진의 시대적인 맥락을 통해 선대의 요리를, 또 그 반대로 스승을 통해 시대를 이해하는 경험을 진술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한 언급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시작할 때부터 어떤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나중에 창조하는 것이며... 경험이 개념을 구축하는 것을 돕습니다 ... 우연이나 직관으로 (창작을) 시작한 사람들은 모두 ...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하는지 모르며 ... (존재하는) 기준 사이로 뛰어들기 때문에 '침략'을 저지르게 됩니다 (Andoni Luis Aduriz)
누벨 퀴진이 의도한 게 무엇이었는지를 보시면: 에스코피에가 경전화한 모든 요리로부터 멀어지는 것이었죠. 이게 모든 셰프들이 (누벨 퀴진에) 심취한 이유입니다. ... 그것들은 너무 지루했으니까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선 아래에 있었고 열정이랄게 없었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버렸었죠! 우리는 책 속에 창의력을 넣어버리고, 예술을 묻어버렸습니다! (Raymond Blanc)

  1. 셰프들은 또한 스승의 창조적 감각에 대한 인식을 통해 그들의 개인적인 창조 방식을 이해하는 능력을 길렀으며, 이는 자신의 창조의 기틀이 되었다.

  2. 그리고 스승의 창의성과 창조적 감각에 대한 이해는 견습 요리사들이 사회적 맥락으로부터 벗어난 자신들만의 창작품이 맥락과 적절하게 어울리는지 탐색하는 바탕이 되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한 언급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사람은 어릴 때 마치 스펀지와 같습니다. 위대한 스승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우지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스승의 작업 방식을 형성하는 구조를 볼 수 있게 되고 전체가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태양과도 같습니다. 태양이 떠오르듯이 (자신의) 예술이 솟아오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Harald Wohlfart)

부가적으로, 셰프들은 오늘날 증가하는 비평가들의 영향력으로 인해 창의성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확장적 맥락
오트 퀴진의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개방성, 또는 확장성은 주로 그러한 성질을 표현하고 활용하는데 능한 스승들을 보고 학습하면서 전수되는 것으로 보인다. 셰프가 되는 데 있어 이러한 사제관계는 중요한 요소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견습생들은 전통적인 요리부터 자신만의 진보를 이루는 경험을 습득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에 대한 언급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에르브프린츠에서 1년 반에서 2년 을 보내고 나서 저는 프랑스에, 하에베를린에게 가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거기로 향했고, 식사하고, 셰프를 만나 짧게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저는 세 마디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가 제게 말해주었죠:'그래 한스, 3월 3일부터 일해라!'. 저는 제 사람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대우합니다, .. 태도가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있다고 해도 다른 게 되지 않을 거에요. 저는 하에베를린 아래에서 일 년 반을 있었고 취업 비자 문제로 떠나게 됐었는데, 그가 '그럼 에카르트한테 가라'고 하시면서 에카르트 비치히만에게 전화해서 저를 그곳에 보내주었습니다. 금상첨화였지요! 저는 수셰프로 4년 반을 재직했는데,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두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굉자한 행운이었고 저는 둘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지요. 창의적인 면모는 에카르트가 저보다 더욱 극단적입니다.(Hans Haas)

이러한 주제에 있어 페란 아드리아는 예외적인 별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선대 셰프들이 아닌 다른 분과학문, 산업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작업하며 창의성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창의성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새로운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얼마나 새로워야 하는지요? 어떤 유형의 창의성이어야 합니까? 어떤 유형의 새로운 것이지요? 그림을 그릴까요, 아니면 그림의 그림을 그릴까요? 높은 차원의 개념을 만들 수도 있고, 개념 안의 특정한 그림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엘 불리에서는 셋에서 다섯 명 정도가 높은 차원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하나보다는 다섯이 낫다는 식이지요! 문제는 좋은 팀, 엘 불리의 경우에는 최고의 팀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좋은 팀원들이 있으면, 그들은 독립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이게 까다로운데요. 높은 차원에 있는 다른 두 사람은 왜 독립적으로 나가지 않을까요? 왜냐 하면 이 공간은 들어올 수도, 돌아올 수도 없는 곳이기 때문이죠. 물리적으로 받아주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둘러싸고 있는 개념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가장 높은 차원(의 창의성)을 근 20년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요리 규범의 역사를 바꿨고 어디 떠나서 갈 곳도 없어요, 그런 것들은 돌아오지 않으니까요(Ferran Adrià)

창조적 목소리

또한 스승의 존재는 그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또 창작 과정에 있어 비판적인 평가를 해주는 중요한 동료나 엇나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보호자로서의 의미도 있다. 언젠가 그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긴 하지만, 스승들은 세계를 이해하고 사고하는 방식을 제공함으로서 셰프들의 요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레이먼드 블랑의 경우에는 물리학자로부터 영향을 받아 단백질의 조리 상태를 1도단위까지 조절하는 정밀한 조리를 선도적으로 선보였는데, 이는 초기 피에르 가니에르가 선보인 요리와도 매우 흡사한데 그 역시 에르베 디스와 적극적으로 교류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겹치는 지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소결
많은 셰프들은 성장 과정에 있어 앞 세대의 위대한 셰프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스승의 존재는 기존에 존재하는 오트 퀴진의 사회적, 문화적 맥락과 신진 요리사들을 연결하는 가교의 역할부터 창조성을 지닌 요리라는 개념을 이해하게 만드는 교육자, 이후의 요리사로서의 삶에 필요한 사고 방식과 세계관을 제공하는 철학자의 역할까지 셰프로 완성되기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물론 페란 아드리아와 같이 눈에 띄는 예외도 있으며, 바로 글에 소개된 세대의 셰프들의 공헌과 시대적인 양상의 변화로 인해 주방에서 보조적인 역할이나 관리자로 오래 재직하지 않고 성공하는 요리사들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글은 사업적인 성공한 요리사보다는 창조성으로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요리사들을 이해하고자 하는데 주요 목적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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