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de, Washed, Guji, Ethiopia
해발고도 2000미터 언저리의 구지라고 하지만, 그 커피의 풍미의 깊이만큼은 감히 구지의 드넓은 대지만큼 다양하다. 듁스의 파트너인 수케 쿠토의 커피가 상쾌한 열대과일이라면, 타데의 커피는 커피 콩이 가지는 특유의 화려한 향기만큼이나 바닐라 등으로 이어지는 향기로운 단맛으로 사람을 사로잡는다. 완전히 봄~여름을 위한 커피로 맛은 꽉 차지만 마우스필은 가볍다.
이 커피는 푸어오버로 마시기는 했지만, 푸어오버라는 커피 내리는 방식이나 열변화를 적게 가져가는 로스팅보다는, 이미 가공되어 나온 상태에서 이 커피가 가지는 힘은 증명이 된 상태에서 그것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으로 채택했다는 인상이 강하게 풍겨온다. 이 커피의 내막을 알고 보면 더 그렇다. 이 커피는 스페셜티 커피를 재배하고자 하는 농부의 의지와, 최상의 커피를 사입하고자 하는 로스터의 거래로 탄생했다. 대부분의 에티오피아 커피가 거래되는 방식대로 ECX를 거치는게 아닌 경매 없이 쏴주는 원두이고, 그러다보니 생산때부터 이미 어떤 커피를 만들지에 대한 로스터와 바리스타의 의견이 반영된 커피가 나올 수 있었다. 커피의 전반적인 품질은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농부의 손에 달렸지만, 어떤 커피를 만들지는 아무래도 마시는 사람의 뜻대로 가게 되는 법이다. 물론, 그렇게 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는 쉽지 않다. 일단 생계 따위가 가로막기도 하지만, 농가에서는 누가 어디로 가져가서 어떻게 볶아먹을지를 알 수가 없다.
정교한 클린 컵, 그리고 섬세한 뉘앙스를 보여주는 이런 커피를 보면 요새 시끌벅적한 팜 투~들이 생각난다. 이는 상생의 실천이기도 하고, 낭만이나 환상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요리에 있어서는 조리 개념의 확장이 된다. 여전히 많은 주방에서 재료는 이미 완성된 사실fait accompli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렇게 농가와도 손을 잡을 경우 날것의 재료마저도 이제는 통제 가능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극단적인 예시로, 커피를 내리기 위한 커피콩이 아닌 커피 콩을 존중하는 커피를 내리지만, 그 양극 사이의 스펙트럼은 무한하다. 커피 한 잔을 즐기며 그 정신을 커피 아닌 곳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