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라도라 - "츠케멘"의 의미

토라도라 - "츠케멘"의 의미

인파가 없는 국숫집을 찾아 나섰다. 과거 게재했던 가게는 줄서는 사람들에게 양보했으니 또 다른 줄 서지 않는 가게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자리에 앉기에 앞서, 라멘을 먹기 위한 의식과도 같은 무인기에서의 주문에 앞서 야마토社의 제면기 '리치멘'을 마주했다. 근래에는 다시 찾아보기 어려우나 마치 빵집이 반죽하는 공간에 창을 넣어 제빵사를 전시하듯이, 혹은 지금도 존재하는 형태로 만두를 빚는 장면 등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것과 같은 인상의 연장선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모두 벽을 두고 식사하게 만들어진 공간에 앉으니 이제 보이는 것은 벽과 선반 위의 잡동사니들 뿐이었다.

그래서 무엇을 먹고 기억에 남겼는가? 과연 츠케멘이라는 형식이 먹는 기쁨에 어떻게 기여할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면과 스프, 고명이 겹겹이 쌓여 구성된 라멘이라는 경험의 적토를 단계별로 해체한 츠케멘은 단지 그것을 흩뿌릴 뿐 아니라, 조명하는 방식마저 바꾼다.

가장 전형적인 경우는 일본의 고유한 식문화, 소바와 우동 등에서 발견되는 면 우선의 사고방식을 떠올려볼 수 있다. 면이 가진 맛과 촉감에 집중하게 되는데, 과연 빵과 달리 고열로 얻어낸 화학변화, 발효로 얻어낸 촉감의 보편적인 편안함이 없이 과연 밀가루 음식이 이런 방식으로 성공할 것인가? 그 문화적 습관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이에게는 이미 짙은 의혹이 함께한다.

다음의 경우는 전형적인 끓여내는 스프의 형식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밀도를 지닌 스프를 위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길이 있다. 루나 감자의 전분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일본식 카레와 같은 촉감에 대한 기호를 바탕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 스프가 면에 충분히 삼투하기 어려운 한계를 감안하여 스프에 이미 충분한 농도를 배정하여 짙은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한다. 실제 고형분을 늘려 끈적임을 부여하는 처방이 흔하게 사용되고 있으나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고, 결국 스프의 맛을 어떻게 느꼈느냐가 경험의, 평가의 분기점이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토라도라」의 츠케멘은 어땠는가? 어느 쪽에 치우치기보다는 전형적인 무언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복잡한 인상이 남았다. 결코 나쁘게 말해서도 나쁜 음식이라고 할 수 없는, 보편적인 질을 확보하고 있었다. 아직 계절이 쌀쌀하므로 과연 여름에도 제면실의 환경 변화에 맞추어 질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서는 아직 의문이 남으나 적어도 초기 설정값만은 큰 흠이 없었다. 스프의 경우에도 츠케멘이라는 형식이 갖춘 가장 전형적인 밀도와 점도에 닿은 가운데 맛이 크게 모자라지 않았다. 적절한 짠맛과 감칠맛은 면의 개입을 필요로 하여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췄다. 비교적 호흡이 길 수밖에 없는 츠케멘의 피로를 덜기 위해 레몬부터 유자 등 시트러스의 신맛에 기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크게 설득되지 않았다. 첫맛에 다가오는 유자 향이 전형적인 기대와 빗나가게 되는데 이후의 맛의 여운과는 전적으로 무관하므로 신맛의 처방을 위한 방식으로는 결코 최선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이미 스프의 조미를 위한 식초부터 추가 스프까지 구비되어 있는 상황에서 통상 이런 요리에 기대하는 자극이 시작부터 뒷걸음질을 친다는 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잠시를 지나치면 중반부는 완전한 몰입이다. 스프와 면을 번갈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이 가능한 식사이다. 오히려 거의 조미되지 않은 고기고명, 차슈는 둘의 좋은 호흡 사이에서 완전히 설득력을 잃는데, 완전히 차지 않으나 서걱거림을 느끼기 충분한 지방층을 포함한 고기는 면과 달리 스프의 짠맛과 감칠맛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은 채 입안에 지방의 부담스러운 이물감을 남기므로 손을 망설이게 만든다. 흔히 콜드 컷부터 족발까지 지방층이 낀 고기를 차게 내는 경우들이 있지만 대부분 만드는 과정에서 그만큼 지방과 이어질만한 맛이 충분히 삽입된 채로 가공되어 있다. 그러나 이곳의 차슈는 그렇지 않고, 스프에 담그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스프에 어떤 맛(flavor)을 넣을 것인가는 온전히 주방의 재량 영역이므로 따지지 않는다면, 스프와 면 사이를 오가는 즐거움은 어느 한 쪽도 특별히 치우치지 않은 가운데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채운다는 식사의 가장 기초적인 목표에 있어서는 그 역할을 모자라지 않게 수행하므로 일상 한 켠을 차지하기에는 무리 없는 요리이다. 그러나 그 다음, 먹는 쾌락을 포함하여 문을 열고 다시 닫고 나오기까지의 경험이 쾌락과 어느정도 강하게 엮이냐고 했을 때에는 장애물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추신: 여느 라멘이 그렇듯 마치 하나의 의례를 따르듯 식사를 이어가게 되는데, 와리스프를 요청하면 주는 방식을 두면서도 좌석의 절반 이상은 주방의 반대편 벽을 보게 되어있어 매우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반드시 한 번 이상 취해야 한다. 이러한 사소함이 매장에 깔리는 음악부터 갖가지 소품까지 버무려저 빚어내는 완벽한 '코스프레'를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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