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ispa - 2025년 여름

Txispa - 2025년 여름

노마가 미쉐린 3스타, W50B에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면서 두 가이드가 가장 첨예하기 대립하는 지점은 스페인어권으로 옮겨왔다. W50B는 가이드가 존재하지도 않는 나라, 페루에서 Central, Maido를 연달아 조명하며 타이어 회사에 비해 다양성 관점을 포용하는 미디어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지고 있으며, 스페인어의 고향인 스페인에서도 W50B가 세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한다고 인정하는 레스토랑, Asador Etxebarri에 1스타 이상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그 와중 에체바리의 젊은 일본인 요리사가 '노렌와케'를 받고 바로 위 언덕에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열게 되는데, 그곳에도 곧바로 1스타를 부여하며 미쉐린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오늘 다룰 레스토랑이 바로 그곳, 마에다 테츠로의 레스토랑 Txispa이다.

방문 전에

Txispa의 예약은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가능하다. 다만 1인의 예약은 허용하고 있지 않기에 나는 레스토랑과 연락을 취해 예약하였다. 주방에는 일본어가 되는 사람들이 많지만 FOH 직원들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응대한다는 점에 유의.

요리

레스토랑에 자리한 후에는 먼저 간단히 작은 요리에 와인을 곁들이며 환담을 나누는 시간ir de tapas을 가지는데, 이런 요리는 언제나처럼 자세히 다루지 않고 몇 가지 지점만 간단히 짚어보도록 하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초밥인데, 당연히 쌀으로 쥐어서 만든 것은 아니다. 네모난 것은 문어로 만든 크로켓으로 재치있게 '타코야키'라고 하지만, 썩 선명한 문어의 맛과 숯불향이 오히려 이베리아 반도의 전통이 가진 문어의 맥락을 떠올리게 만든다.

줄기콩, 문어, 참치까지 일본과 스페인의 맥락을 두루 가진 재료의 의도가 돋보이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형식이나 모양보다도 맛에서는 지중해적 맥락, 그리고 불의 사용에 대한 예고로 기대감을 드높인다.

무 누카즈케, 주키니 꽃, 장어 카바야키, 한련화, 멸치

'핫슨'이라는 명칭이 나올 때만 해도 노골적인 일본향에 나는 결국 이곳은 스페인의 꿈을 꾸는 일본 요리사의 가게가 아니라 일본의 꿈을 꾸는 스페인 사람들의 가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맛을 보고서는 스페인 사람들의 꿈에 동조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자세히 다뤄보자면, 먼저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것은 아래에서 두 번째, 지역의 흰 치즈를 채워 말아낸 염장 멸치다. 멸치가 가진 생생한 짠맛과 감칠맛에 유지방이 멋드러지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약간의 화사함으로 균형까지 잡았다. 주로 뼈에서 나오는 국물에 집중하는 것이 동아시아적인 멸치의 맥락이라면, 살코기의 강한 짠맛과 신선한 바다 내음을 활용하는 것이 지중해적인 맥락인데 후자의 위대함을 놀라운 발상으로 완성해냈다. 주키니 역시 연기에 천천히 익혀 입혀낸 숯의 향기의 고혹적인 매력, 역시 치즈가 주는 만족감이 선명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기왕에 숯과 열을 주제로 하는 식당인만큼 장어의 카바야키를 선보이는 것도 흥미로운데, 보기에는 전형적인 우나기 카바야키지만 장어 뼈를 졸여 만든 소스에 애플 사이다 비니거로 전혀 다른 맛을 연출한다. 풍성한 장어의 지방에 강한 신맛으로 일본의 장어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연출하는데, 노골적인 일본향에서 일본도, 바스크도 아닌 자신만의 길을 선언하는 듯한 마무리.

병아리콩 두부와 다시마, 훈연한 캐비어. 훈연한 캐비어는 에체바리를 대표하던 요리 중 하나로, 이곳의 주방이 필연적으로 에체바리의 연장선에 있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그곳에 머무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서울에는 이타닉 가든의 '콩물과 캐비어'가 있어 견줄 법 한데, 캐비어를 조심스레 익혀 훈연하는 방식이 새로운 차원의 요리로 만들어 준다고 느꼈다. (아래로도 에체바리를 몇 번 언급하겠지만, 모든 요리에서 에체바리의 맥락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으므로 일부분만 짚는 것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

특기할 만한 점은 유독 캐비어의 껍질이 얇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에체바리는 이란산 캐비어를 쓰는데, 이곳의 것이 같은 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섬세하게 입힌 향과 그 자체로 짙은 인상을 남기는 캐비어가 과연 절품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

굴 역시 비토르의 독특한 미감을 상징하는 재료인 만큼, 그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다. 살의 바깥 주름 부분을 손질하고 불 위에 굽되 촉촉함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완성하는 구운 굴. 그 의미가 중요한 만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지야르도 0번일 것이라 나름 확신한다. 대신 시금치를 넣지 않는 데서부터 자체적인 맥락이 시작되는데, 마사 마드레를 넣어 만든 소스를 살짝 얹고, 여러 산양과 소의 유지방을 켜켜이 덧입혀 만든 굴은 '바다의 우유'라는 굴의 별명을 역전할 정도의 발상에 다다르고 있었다. 굴의 달콤함과 청량함, 그리고 요거트-마사 마드레가 이어받는 발효의 신맛 끝에 입안에 감도는 빵 향기와 숯의 향기가 만나 앞서 강한 짠맛의 요리를 지우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이 즈음에서 "르 몽 베누아"를 한 잔 얻어마신 것은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었다.

우설은 일본식 누룩(코지)에 숙성해 간장을 발라 야키니쿠스러운 맛을 연출했는데, 어린 옥수수와 함께 이어지는 아래의 노란 점, 여름 옥수수와 아마자케로 낸 소스로 연출해낸 방식이 굉장했다. 일본식 양념의 단맛, 감주의 단맛, 옥수수의 단맛이 같은 듯 다른 선율로 하나의 주제로 선율을 쌓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낭만의 방식을 선보인다. 일본요리의 인상이 강하게 남은 요리를 '에체바리'스러운 요리 사이에 배치하는 점 또한 섬세하다.

이쯔음에서 얻어 마시는 일을 그만두고 나누는 일을 시작했다. 인상이 옅은 요리라면 압도하고도 남을 개성을 가진 와인이지만, 오늘은 그 감상을 함께 담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을 기약하자.

토마토는 불에 구워낸 다음 탄 껍질을 벗겨내 조리하고, 고추는 꽃과 같이 냈다(밭농사를 아는 사람이라면 여름철 흐드러지게 핀 고추꽃과... 달라붙은 벌레들이 익숙할 것이다).
정직하게 야채의 신선함과 강렬함으로 승부하는 요리지만 이마저도 역시 두 레스토랑의 주방을 상징하는 불과 연기의 인상이 넉넉히 입혀져 있다. 특기할 것은 앤초비에서 얻은 상당한 염도.

팔라모스 새우에 대해서는 에체바리에 대한 글에서 간단히 다루었으니, 새우에 대한 소개는 생략하겠다. 거의 같은 조리 방식, 같은 재료를 사용하므로 개체 차이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완벽하게 수평 비교가 가능하겠지만, 감히 그러지 않겠다. 이 새우 또한 경지에 올랐다. 그야말로 흐르듯 녹여낸 내장부터 단맛이 가득 찬 몸통, 껍질의 비중이 높아지며 신선한 짠맛을 전하는 꼬리까지 그야말로 유두유미하다. 새우와 바닷물 열만으로 완성되는 이 요리는 비토르가 세계인들의 열광을 얻어낸 컬트의 방식이라는 생각도 든다. 보기 좋고, 맛이 좋아 유명세를 얻은 요리지만 그야말로 요리사가 철학자를 대체하는 시대에 걸맞는 '사상을 담은 선언', 경험하는 오브제로 의도된 하나의 주장을 담은 요리이다.

그 불구덩이에 넣어 굽는 빵은 이 레스토랑의 경험에서 가장 점잖은 축에 속한다.

아침에 바로 딴 눈물콩과 눈물콩 꽃 역시 에체바리의 레퍼런스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요리인데, 콩 그 자체로 완성하는 에체바리와 달리 달걀을 깔아 차완무시 스타일로 만들어낸다. 달걀 커스터드라는 본질이 가진 흥미로운 성질 때문에 질리도록 보게 되는 차완무시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반갑다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이것은 반가울 가치가 있다. 신선한 눈물콩이 찰나에 선보이는 위대한 단맛에 술과 달걀을 덧입혀 앞선 요리와 같이 다시 여러 뉘앙스의 단맛이 뒤섞이며 폭발하는 감정선을 드러낸다.

금눈돔과 머리 뼈를 우려내어 루바브와 다져 넣은 차조기로 낸 소스, 어린 양배추는 다시 에체바리의 맥락을 잠시 끊어낸다. 일본-프랑스 요리의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느낌-여기는 스페인 시골짝이다-으로 반전을 낸다. 이 시대에 가장 익숙할 만한 형태가 이곳에서는 반전으로 다가온다. 그 의미가 여러분에게도 전해지리라.

마무리는 당연하게도, 바스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출레타. 상당 기간 드라이에이징한 것으로 겉에는 진한 숯향을, 속에는 그야말로 눌러 압착한 듯한 고기맛을 담았다. 결국 또 몇 잔의 와인을 얻어 마시고 말았다. 그럴만한 요리였다. 다른 문화권의 쇠고기 구이와 견주기에는 목적지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스크식 출레타의 목적지의 좌표를 찾자면, 양고기를 생각해 보시라. 부위를 불문하고 특유의 성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가? 쇠고기에도 분명 그러한 특징적인 맛이 있다. 우리에게 쇠고기가 익숙한 존재라 양고기처럼 인식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 쇠고기의 특징적인 맛을 가장 명징하게 연출하는 방식을 노린다. 그런 방향이고 맛이다. 반드시 쇠고기여야만 한다는 주장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그 존재는 대체불가능이다.

납작복숭아를 보니 과연 한국에서 스페인에 간다고 하면 주변 사람에게 가장 많이 듣는 대상을 여기서 보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재미난 감상이 들었다. 납작복숭아 차원이 달라의 말을 전한 사람들에게, 플레인 요거트를 같이 먹는 경험으로 답할 수 있을 정도의 밝음이다. 살짝 얹은 민트마저도 존재감이 선명하다.

피키요 고추를 얹은 디저트 하면 몇 년 전 충격적인 퍼포먼스와 충격적인 퇴장으로 씁쓸함을 남긴 하비에르 아란다 서울을 잊을 수 없는데, 질 좋은 과일과 유제품이 가득한 곳에서는 전혀 다른 꿈을 꿀 수 있다. 딸기와 요거트의 배신하지 않는 익숙함에 고추의 향긋함을 살짝 얹었다. 유일하게 디저트만큼은 에체바리의 그것이 먼저 떠올랐으니, 이 부분 만큼은 여전히 분투해야 하겠다.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절인 벚꽃-이 동네에 놀랍게도 벚나무가 있다-을 얹은 플랑은 연중 식사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것으로 역할이나 위치로 치면 이게 에체바리의 아이스크림 노릇을 하는 셈인데, 좋은 달걀과 이역만리 떨어진 곳의 벚꽃으로 감상에 젖은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총평: 치스파까지 찾아 올 인물들이라면 반드시 에체바리를 떠올리며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에체바리를 가지 못해서인가, 아니면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갈 수 없어서인가, 아니면 일본어가 되기 때문인가. 어떤 기대를 하더라도 이 레스토랑의 요리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경험만 없다면 에체바리에 아무리 익숙하더라도 충분한 새로움, 신선함과 기쁨을 맛볼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테츠로가 선보이는 것은 단순히 젊은 에체바리도, 열악한 에체바리도 아니다. 요리사가 아니었던 비토르가 선명한 메시지로 큰 결을 세웠다면, 테츠로는 그 풍성한 유산과 일본 요리가 가진 방대한 레퍼토리, 그리고 본인의 창의성과 열정을 합쳐 에체바리의 영혼에 세계적인 발상과 확장성을 불어넣는다. 재료가 되는 술을 담그고 꽃을 따는 등 철저히 지역주의적인, 알아도 못 따라할 요리 일색처럼 보이지만 그는 에체바리의 스타일과 철학이 그 주방을 떠나 새로이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에체바리의 그늘에 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 레스토랑은 에체바리보다 윗동네 언덕에 위치하고 있어 그럴 일이 없다. 정말로.

분위기: 낡은 농가에서 나오는 따스함. '벌집의 정령'을 살짝 떠오르게 한다. 따듯하고 환영받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섬세하게 가다듬은 노력이 돋보인다.

서비스: 주방의 군단에 비하면 서비스 인력이 상당히 부족하다고 보인다. 레스토랑이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확충될 것으로 기대한다. 주방에서는 일본어 사용이 가능한데 홀에서는 스페인어와 영어만 가능하다는 점에 유의.

음료: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독특한 구성의 와인리스트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철학과 스타일이 확고한 스페인, 부르고뉴의 생산자들의 면면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가운데 절정의 순간을 위한 올드 빈티지 보르도까지 충실하게 구비되어 있다.

  • https://txispa.com
  • +34-691-71-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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