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베 - 카바야키와 우나쥬

와타베 - 카바야키와 우나쥬

이전 글에서 관동식 카바야키를 주로 다루었는데, 오늘날 관동 지역에서 운영하는 장어 전문점이라도 엄격하게 관동식 카바야키만을 취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고야식이나 관서식에 비해 찜이라는 공정을 요한다는 점에서 관동식 전문점은 지야키나 히츠마부시를 쉽게 메뉴에 올릴 수 있지만 그 역이 성립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의 풍경이다.

또한 손질 과정에서 배제되는 지느러미나 내장 등의 경우도 다양한 요리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와타베는 이러한 "상용의 맥"에 대해 다루기 좋은 식당이다.

장어의 히레야키는 우나쥬와 함께 잔가시에 대한 장어 요리 특유의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고기 요리에서 종종 뼈가 포만감이나 물욕마저 자극하는 요소로 등장하는 것과 달리, 골수 등의 드라마틱한 요소가 적고 먹는 과정에서 깔끔한 분리가 어려운 생선의 가시는 생선 요리의 아치 에너미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장어 요리에서는 잔가시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 아닌 미세하게 잘라내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으로 분해하는 것 또한 허용되고 있으며, 가시가 그대로 뒤섞여 있는 지느러미 구이가 식탁에 오를 수 있는 것 또한 그러한 관용의 연장선이다. 분명 지느러미와 가시 모두 썩 유쾌한 질감만은 아니지만, 가시의 불유쾌를 감수하고서라도 지느러미를 탐닉할 이유는 있는데, 그 아래의 젤라틴과 지방이 뒤섞인 감각의 쾌락이다.

반면 장어의 간은 보통 국물에 고명으로 자주 올라오기 때문에 친숙한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강하게 구워 단맛의 소스에 적신 요리 속에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장어의 간은 보통의 흰살 생선의 간에게 기대되는 높은 지방질의 함량도 특유의 크림같은 질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크기가 작은데 비해 껍질 부분이 꽤 튼튼하여 오히려 조금은 씹는 재미가 있는 재료에 가깝다. 다만 많은 간구이가 유독 이런 탄맛을 고집하는데, 그 효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장어의 간과 지방이 가진 매력을 그럴싸하게 표현하는 요리는 오히려 이쪽, 푸아 그라 테린과 카바야키였다. 장어 소스를 포트 와인과 함께 졸여 전형적인 푸아 그라 요리를 모방하고, 산초로 장어를 살린다. 부드럽게 익힌 장어는 푸아 그라에 견줄 만큼 빠르게 녹아들기에 그럴싸한 호흡이 된다. 다만, 그럴 수록 과연 장어의 살은 스스로의 간과 함께할 수 있는 재료가 맞을까에 대한 고민은 계속된다. 반드시 한 동물의 부속이라고 모두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투르느도 로시니에 오리 가슴살을 얹는다면 엉망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우나쥬로부터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까. 하나는 일상의 식사로서의 양식이다. 오신코라 불리는 절임, 키모스이라 부르는 내장의 맑은 국물은 물론 담는 접시까지 하나의 양식으로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둘은 덮밥이라는 요리로서 일체감이다. 에도 시대에 수많은 덮밥이 탄생했지만 밥 위에 완전히 녹아드는 듯한 요리로서 카바야키를 따라올 것을 찾기 힘들다. 부드럽게 조리하기 때문에 밥이 두텁게 깔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 특유의 사치스러움을 배가한다.

둘은 장어라는 재료 자체에 대한 취급이다. 장어가 에도 앞바다의 명물이라는 것은 옛말, 자연산 장어의 제철이 지역마다 다른 것은 이미 로산진이 지적한 적이 있을 만큼 장어는 철에 맞춰 좋은 재료를 찾는 것이 어렵고, 그나마도 일본인들이 스스로 씨를 말려 대부분 양식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양식 기술도 곧 대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일본의 양식 기술은 많은 부문에서 진보를 거두었다. 물론 절식을 통해 사료 냄새의 축적을 멈추고 축양을 통해 맑은 물을 먹이는 등 양식 장어 특유의 뉘앙스를 없애기 위한 작업은 국내에도 다수 도입되었지만, 장어의 기본적인 덩치나 지방질의 비율 등에 있어서는 고민이 있다. 좋은 카바야키가 가진 살의 단맛과 넉넉한 지방의 감각은 장어 요리를 탐닉하게 할 이유가 되어준다.

나는 한국식 장어 구이가 언젠가는 한식의 발전상을 바탕 삼아 독자적인 입지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카바야키와 다른 방향으로 삼겹살과 갈비를 위시로 한 직화구이 문화, 고추장을 바탕으로 한 단맛의 양념이라는 두 가지 새로운 무기는 어리숙한 약점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없으면 거짓말로라도 만들어 낸다(fake it til you make it)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근대 식문화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쳐 들어오며 시작된 양식 장어 요리 문화이지만 그 속에서 꽃피울 수 있지 않을까? 장어 강정같은 근현대식 요리부터 추어탕(추탕)과 바이브를 공유하는 장어탕같은 민중 요리까지 레퍼런스를 넓혀볼 수도 있다. 그를 위해 좋은 카바야키를 먹는 즐거움에 대해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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