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리온 - 카이사리온
카이사리온의 점주, 유일한 바텐더이자 유일한 점원이기도 한 다나카 토시아키(田中利明)는 우에다 카즈오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칵테일을 선보였던 바 로지에에서부터 우에다 카즈오의 가장 오래된 제자로는 산루카의 신바시 키요시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긴자 텐더 스타일을 명시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산루카와 달리 카이사리온은 화려한 배경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으며, 스스로도 덜 강조한다. 아니, 전혀라고 해도 좋다. 바텐더 다나카는 하드셰이크 바텐더도 아니며, 긴자 바텐더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그는 대부분 클래식(일본식으로는 스탠더드) 칵테일을 만드는, 어찌 보면 지루한 칵테일을 만들지만, 그 공간에서의 경험은 충격이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어찌 생각하면 세계에서 가장 충격적이라는 그런 곳들보다 다른 점에서 더욱 많은 인상을 남겼다.
카이사리온의 공간은 온통 검다. 단순히 검은 게 아니고, 조명도 없다. 공간의 어둠이 자연스레 유일하게 빛이 있는 공간, 바 카운터로 시선을 이끈다. 그리고 그곳에는 칼라도 없는 순백의 자켓을 입은, 긴자의 바텐더보다도 시대를 앞선, 약사를 연상케 하는 한 명의 바텐더가 있다.
공간은 여유롭지만 바 바깥에는 어떤 좌석도 장식도 없다. 시선을 회피할 수 없이 그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음악도 없다. 공간의 대화는 분리되지 않고 섞여든다. 매일 들르는 단골, 굳이 찾아온 여행객, 좋은 일이 있었던 손님이 한 팀이 되어 하루를 마무리한다. 공간에 허락되는 장식이라고는 책뿐이다. 책이 많다. 이상하게도, 그리고 낡았다. 매우 오래된 「사보이 칵테일 북」, 그리고 역시 그만큼 오래된 위스키 병들이 무언가를 말하는 듯 하지만, 뒤돌아볼 시간이 많지 않았다.
칵테일 역시 20세기를 기억하고 있는 듯, 그 균형이 20세기적이다. 브랜디 사워는 일본식의 좁은 잔을 쓰지만 가니쉬는 미국 남부 스타일이고, 맛은 하드셰이크 브랜디 사워를 의식한 듯 조금 단 편이다. 셰이크에 앞서 수행하는 동작이 다소 특이한데, 생각건대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무언가 준비가 복잡한 것은 분명했다.
그렇게, 특이한 공간과, 다소 특이하지 않은 음료, 그리고 좋은 서비스가 있는 일상의 공간일까 하던 마지막에 이 한 잔으로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마도 시덥잖은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이 한 잔을 받았다. 주문은 커녕 그 존재조차 전혀 잊고 있던 칵테일로, 삿포로 바 야마자키의 오리지널인데 이 한 잔으로 그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주었다. 슬로 진의 단맛을 바탕으로 운더베르크, 화이트 페퍼민트 리큐르(GET 31)를 넣어 허브의 화사한 뉘앙스를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칵테일인데, 온도와 비율의 균형이 극에 달해 한 입 머금고 나면 다음 한 입이 기다려지는 가운데 "이른바 건강한 맛"을 떠올리고 만들었다는 야마자키 타츠로의 발상이 제대로 스쳐 지나갔다. 이런게 어떻게 건강이란 말인가, 이렇게 쾌락적인데...
카이사리온은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사이에 태어난 자손으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파라오이다. 왜 다나카는 "카이사리온"이 되고 싶었을까. 그에게 바 로지에와 긴자 텐더라는 배경은 분명 모두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었지만, 결국 그의 뒤를 좇으려는 길에는 비극이 놓여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카이사리온이 차라리 권력과 동떨어진 삶을 살았다면 단명하지 않았을 것처럼, 다나카는 스스로 먼 길을 향해 장생을 택했다. 하지만 좋은 음료, 좋은 바를 향한 그의 마음은 스승에 뒤지지 않도록 진심이었다. 방향이 다소 다를 뿐.
- 시가 박스가 몇 개 있지만 비매품이다.
프라이하이트(Freiheit)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 운더베르크 1개, 2/3oz
- 슬로 진 1oz
- 크렘 트 멘트 화이트(화이트 페퍼민트) 1/2oz
셰이크하여 칵테일 잔에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