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루카 바 - 하드셰이크를 찾아서
![산루카 바 - 하드셰이크를 찾아서](/content/images/size/w1200/2023/05/DSKTPT-05743.jpg)
칵테일의 꽃은 누가 뭐래도 셰이크다. 웍 토스부터 비빔밥 비비기에 이르기까지 균질화를 목표로 하는 요리법은 많고 많지만, 셰이크처럼 질감을 불어넣는 요리법은 좀처럼 없다. 소스나 탕국을 끓일 때의 질감의 변화는 교반보다는 열에 의한 것일 뿐. 그나마 빵 반죽 정도가 교반의 효과를 보여준다고 하겠지만 그 상태를 바로 맛보는 것이 아니므로 역시 사정이 다르다.
셰이크에 있어 하드셰이크가 정답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일단 하드셰이크를 한다는 당사자들마저도 죄다 다른 방식으로 셰이크를 하고 있다. 텐더의 직계점부터 라이센스가 없는 우에노 히데츠구의 셰이크까지 여러 셰이크를 보았지만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왜 스스로를 하드셰이크로 칭하거나, 누군가 하드셰이크로 불러주는가? 그 결과물에 있어 공통적인 부분, 일반적인 셰이크와는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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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루카의 신바시 키요시(新橋清)는 우에다 카즈오의 보좌로 굉장히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막연히 그와 비슷한 스타일일 거라 짐작했지만, 신바시의 셰이크마저도 원류의 하드셰이크와는 차이를 보인다. 기본적으로는 랠리가 굉장히 짧은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며, 투 포인트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3박자에 가깝다.
두 종류의 칵테일을 통해 이 또한 하드셰이크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느꼈다. 부즈가 거의 튀지 않고 맛의 특징을 잡아주는 재료-진, 크렘 드 멘트-의 향이 선명하다. 결과적으로 마시기 편한 칵테일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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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크에 대해서 이 정도로 마무리하자면, 산루카에 대해서도 조금은 다루어보자. 스페인의 해안 도시 이름을 딴 산루카는 바라는 공간에 대해 긴자의 바와는 다른 해석을 내보인다(위치도 긴자가 아니라 카구라자카에 있다). 7석 남짓의 일자형 바 테이블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프랑크푸르트의 타이니 컵만큼이나 작지만 층고의 여유가 있어 비좁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낮, 스페인, 그리고 히노키가 아닌 열대 나무의 바 테이블까지 공간은 너무나도 남향이다. 바그너를 북반구의 음악으로 비판하면서 남반구적인 음악으로 비제를 예찬했던 니체의 표현을 비리자면, 산루카에는 남국의 청명함(die limpidezza in der Luft)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