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루카 바 - 하드셰이크를 찾아서

산루카 바 - 하드셰이크를 찾아서

칵테일의 꽃은 누가 뭐래도 셰이크다. 웍 토스부터 비빔밥 비비기에 이르기까지 균질화를 목표로 하는 요리법은 많고 많지만, 셰이크처럼 질감을 불어넣는 요리법은 좀처럼 없다. 소스나 탕국을 끓일 때의 질감의 변화는 교반보다는 열에 의한 것일 뿐. 그나마 빵 반죽 정도가 교반의 효과를 보여준다고 하겠지만 그 상태를 바로 맛보는 것이 아니므로 역시 사정이 다르다.

셰이크에 있어 하드셰이크가 정답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일단 하드셰이크를 한다는 당사자들마저도 죄다 다른 방식으로 셰이크를 하고 있다. 텐더의 직계점부터 라이센스가 없는 우에노 히데츠구의 셰이크까지 여러 셰이크를 보았지만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왜 스스로를 하드셰이크로 칭하거나, 누군가 하드셰이크로 불러주는가? 그 결과물에 있어 공통적인 부분, 일반적인 셰이크와는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리라.

Grasshopper

산루카의 신바시 키요시(新橋清)는 우에다 카즈오의 보좌로 굉장히 오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막연히 그와 비슷한 스타일일 거라 짐작했지만, 신바시의 셰이크마저도 원류의 하드셰이크와는 차이를 보인다. 기본적으로는 랠리가 굉장히 짧은 것을 가장 큰 특징으로 하며, 투 포인트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3박자에 가깝다.

두 종류의 칵테일을 통해 이 또한 하드셰이크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느꼈다. 부즈가 거의 튀지 않고 맛의 특징을 잡아주는 재료-진, 크렘 드 멘트-의 향이 선명하다. 결과적으로 마시기 편한 칵테일이라는 이름에 가장 걸맞는다.

Kaikan Fizz

셰이크에 대해서 이 정도로 마무리하자면, 산루카에 대해서도 조금은 다루어보자. 스페인의 해안 도시 이름을 딴 산루카는 바라는 공간에 대해 긴자의 바와는 다른 해석을 내보인다(위치도 긴자가 아니라 카구라자카에 있다). 7석 남짓의 일자형 바 테이블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프랑크푸르트의 타이니 컵만큼이나 작지만 층고의 여유가 있어 비좁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낮, 스페인, 그리고 히노키가 아닌 열대 나무의 바 테이블까지 공간은 너무나도 남향이다. 바그너를 북반구의 음악으로 비판하면서 남반구적인 음악으로 비제를 예찬했던 니체의 표현을 비리자면, 산루카에는 남국의 청명함(die limpidezza in der Luft)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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