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영업 방침을 두고 비평가와 셰프들이 논쟁하다

레스토랑 영업 방침을 두고 비평가와 셰프들이 논쟁하다

최근 독일에서는 Die Zeit에서 몇몇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의 혹독한 직장 문화를 폭로, 그에 따른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어떤 셰프는 사과했으며, 어떤 셰프는 오해라고 주장했으며 어떤 셰프는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짜이트지를 비판하고 나선 인사도 있었다. 국내에는 차라리 아트 락 밴드 <발렌슈타인>의 리더였다고 하면 알 사람이 있을 독일의 식문화 평론가 위르겐 돌라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특정 셰프의 공격적 행위를 보호하거나,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동법 위반의 문제를 부정하지 않았지만 파인 다이닝 업무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취재라며 보도의 의미를 일축했다.

그게 고작 한 일 이주일 전이었는데, 이번에는 돌라스와 독일을 대표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Victor's Fine Dining의 간판이자 독일을 대표하는 셰프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안 바우가 지면상에서 격돌했다.

내용은 이렇다. 최근 독일의 알토프 호텔그룹이 운영하는 두 개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Vendôme」과 「Überfahrt」이 동시에 영업일 단축을 공지한 데서 모든게 시작되었다. 이러한 영업일 단축은 오늘내일의 일은 아니다. 독일의 미슐랭 별 셋 레스토랑들은 모두 일주일에 열 번 이상의 서비스 타임을 가지지 않는다. 가장 많이 영업하는 곳이 5일동안 점심과 저녁 영업을 모두 하며, 가장 적은 곳은 볼프스부르크의 「Aqua」로 수,목,금,토 저녁 총 네 번의 서비스타임을 가질 뿐이다.

위르겐 돌라스는 이를 주제로 본인의 블로그, eat-think-drink.de에 이를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물론, 그가 지적한 점은 영업시간 문제 뿐은 아니다. 그는 이에 더해 메뉴의 가격인상과 저가 메뉴의 삭제 문제를 종합하여, 오늘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특히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들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엘리트, 부유층을 위한 공간이 되어간다고 지적한다. 줄어들다 못해 거의 사라진 단품 메뉴, 단축 코스의 제공 중단은 이미 새로운 관행이 되었다. 이제 독일에서 미슐랭 별 셋 레스토랑에서 200유로 미만의 메뉴를 제공하는 곳은 열 곳 중 두 곳 뿐이며, 오직 세 곳만이 알라카르트 메뉴를 제공한다. COVID-19 이전 「Vendôme」은 130유로의 점심 코스를 제공하고 있었고, 돌라스는 그를 독일 최고의 메뉴라며 극찬한 바 있지만 이제는 그런 메뉴들은 거의 모두 종적을 감췄다.

더 적은 예약, 더 비싼 메뉴. 돌라스는 이를 두고 쓰리 스타 레스토랑들이 스스로 순수한 사치품의 영역으로 진입하려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루밤에 많아야 3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의 의자에 앉는다. 다른 문화 영역에서는 (못해도) 수 천명일 텐데." 그의 이러한 비판은, 그가 파인 다이닝이 여전히 하나의 예술 형식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있음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여러분은 내 밍글스 리뷰를 기억하시리라. 예술이란 공중에 전시되어 사람들로부터 감상되기 위한 것인데, 자리를 점점 줄이고, 가격을 높여 문턱을 높인다면 이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감상되고, 평가되며,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싫다는 것으로 이해된다는게 그의 비판의 취지이다. 독일 셰프들은 언제나 프랑스, 이탈리아, 심지어 스위스보다도 미식하기 좋지 않은 독일의 문화적 풍토에 대해 한탄하면서 그들에게 다가가기는 커녕 스스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려는 이러한 행보는 결단코 옳지 않다는 그의 비판은 뼈아프다.

물론, 개인 차원에서는 별 셋 레스토랑들에게 콧방귀를 뀌고, 별이 하나 또는 두 개이거나, 아예 없는 곳들 중 멋진 곳들을 찾아내고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는 독일의 열 개의 레스토랑의 성취와 의미를 부정하지 않으며, 그것들이 유의미하기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제공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이 더욱 기꺼이 다가갈 수 있도록 짧은 코스, 많은 서비스 타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알라카르트를 풍성하게 제공하여 풀 메뉴와 비즈니스 런치 사이의 그 간극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짧은 메뉴가 결코 셰프의 요리를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핵심만을 추려 보여줄 기회이며, 셰프는 그들의 상아탑 안에서 단지 몇 명을 위해 요리하는 사람이 아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예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바람 잘 날 없는 주방에 또 다시 큰 바람을 몰고왔다. 크리스티안 바우는 「Welt」지에 공개적으로 그의 주장에 대한 답변을 게재했다. 그는 돌라스의 지적 내용의 일부가 사실임을 인정하지만, 그의 결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레스토랑들이 영업 방침을 수정한 것은 대중과 격리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 독일의 노동환경이 주당 75~80시간 근무하던 과거와는 다르다며-독일인들은 주당 평균 35시간을 근무한다- 그로 인해 동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서 레스토랑은 불가피하게 영업일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반론한다. 점심 시간에 서비스 타임을 갖게 되면, 최소한 네 시간동안 요리사들은 꾸준히 대기해야 하고 서비스 팀은 전화기 앞에서 기다린다. 이런 식으로 시간을 까먹는 동안 레스토랑은 기물들을 손보고 프렙을 치는, 보이지 않는 서비스의 기둥을 바로세울 시간을 희생하게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 역시 여전히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열려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를 위해 그는 단일 코스만을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걸 먹던지 아님 꺼져"식의 메뉴는 손님이 아닌 주방을 위한 메뉴이며, 먹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메뉴가 손님을 위한 메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다만, 그는 돌라스의 바람과는 달리 과거처럼 25개의 알라카르트로 풍성하게 채워진 메뉴는 더 이상 제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버릴 각오를 하고 메뉴를 준비해야 하는데, 돌라스가 주장하는 팜-투-테이블이나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를 고려하며 요리를 하면서 반대로 버려버릴 각오를 한 메뉴를 만들 수는 없다며, 그는 돌라스가 과연 그러한 가치들에 진심인지를 반문한다.

이에 더해, 그는 영업시간 단축에 대하여 돌라스의 주장 일부에 동의하여 또다른 논쟁을 촉발했다. 그의 레스토랑은 여전히 독일의 열 개의 별 세 개 레스토랑중 많은 서비스타임을 소화하고 있는 축에 속하며, 세네 가지의 알라카르트를 구비하고 있는 레스토랑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그는 스벤 엘버펠트가 이끄는 볼프스부르크의 「Aqua」는 조금 심하다고 거드는 멘트를 한 것이 발화점이었다. 스벤 엘버펠트는 곧바로 그의 인스타그램에 "너가 뭐라건 좆도 신경 안쓴다(es ist mir scheiss egal was du schreibst), 하지만 좀 알아보고 써라"면서 공개적으로 불쾌한 신경을 감추지 않았다. 크리스티안이 큰 틀에서 "많은 서비스 타임과 좌석이 곧 더 많은 친절함"임을 긍정하면서, 타 업장을 특정하여 짧다고 말한 순간 이러한 분쟁은 예고되어 있었다.


이 논쟁은 불과 어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현재 진행형이다. 따라서 누가 옳고 그릅네를 따지지는 않겠다. 다만 나는 이러한 독일의 논쟁을 소개하면서 여러분께도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 물론, 진짜로 나와 싸우자는 것은 아니고, 이 논쟁 속에서 뽑아낸 주장들에 대해 여러분이 생각할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1.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특히 그 나라, 문화권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맛볼 수 없는 음식이 과연 예술품으로 대우받을 수 있는가?
  2. 사람들은 레스토랑을 선택할 때 가격을 고려한다. 하지만 레스토랑이 그 가격을 통해 사람을 선택하게 되는 상황은 상정할 수 없는가?
  3.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사치와 예술 그 사이 어디께에 있다. 진실되게 예술의 비중이 정말 크기는 한건가?
  4. 서울에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최소 어느 정도의 접근성을 확보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