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ppe Pizzeria - 캄피오네

Peppe Pizzeria - 캄피오네

몇몇 부정확한 자료들이 이탈리아에서 카노토 스타일 피자가 유행한다고 말하지만 인스타그램 좋아요를 많이 받는다는 측면에서는 맞을 지 몰라도 다른 측면에서는 어딜 봐도 이상한 말이다. 몇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마르투치, 사마르코 등 선두들이 달려나갈 뿐 지역적 변화가 일어난 것은 전혀 아니기에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는 유행이라는 표현에 맞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카노토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이러한 움직임은 현대적인 피자Pizza contemporanea라는 조류 아래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현대식 피자, 또는 컨템포러리 피자로 부를 수 있는 이러한 흐름은 법제화, 문서화에 성공한 피자 나폴레타나의 취지를 살리되 규제에서는 탈피하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주세페 "페페" 쿠트라로는 유벤투스라면 이를 가는 여느 나폴리 젊은이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사내이지만 그는 특이한 경력을 거쳐 현재 나폴리 근교를 제외한 전 유럽에서 가장 눈에 띄는 피자를 굽고 있다. 미국에서는 크리스 비앙코, 유럽에서는 엔초 코치아와 같은 선구자들이 앞서 기틀을 닦았다면 이제는 새로운 시대의 도우를 선보이는 이들이 나타났으니 아메리카에서 단연 앞서가는 주자는 Una Pizza Napoletana, 유럽에서는(나폴리 제외) Peppe다.

카푸토 앰버서더로 카푸토 피제리아, 누볼라 두 종류를 병용하여 만드는 페페의 도우는 누볼라에 의지하는 신세대식 카노토도 전통 방식 STG 나폴레타나도 아니다. 부드러운 가운데 확실히 잔여 수분이 많지만, 덜 익은 축축함이 아닌 반죽이 이를 잘 머금어 피부결처럼 부드럽게 느껴지는 감촉이다. 아주 강렬한 온도에 노출하는 것이 아닌데도 그의 반죽은 잘 부풀어오르며, 좋은 기공을 그려낸다. 나는 그의 반죽만을 씹어보고도 단박에 느꼈다. 이 사람이 캄피오네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몇 언론지에서 자주 보이던 표현, 캄피오네, 아니면 가끔은 미스터 X. 그 주인공이 바로 이 페페였다.

카푸토의 누볼라가 정식 출시된 것은 2019년 6월으로, 페페의 데뷔 즈음에는 이미 비가를 이용한 고수분율 도우에 대해 알 사람을 다 알고 있었음은 물론 전용으로 제작된 밀가루마저 출시될 정도이니 사실 그에게 남은 기회가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하지만 그는 특이한 경력을 살려 이제 더 나올 것이 없을 것 같았던 반죽 게임에서 다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는데, 그는 자신의 피자 가게를 가지기 전에 영국부터 독일까지 아우르는 레스토랑 그룹의 피자 담당 총괄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다양한 상황에서 생기는 문제나 상부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며 기술적인 지식을 테스트할 기회를 얻지 않았나 싶은데, 그렇게 치면 위대한 피자이올로가 세계 곳곳에 보여야겠지만 그는 한 걸음 더 앞서나간다.

그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피자가 바로 이 캄피오네 델 몬도, 영어로는 world champion이 되는 피자였다. 보이는 것처럼 바탕으로는 마르게리타의 황금비를 그리는 것 같지만, 마르게리타가 가진 오각형의 다섯 귀퉁이를 잡아당겨 별 모양으로 편 느낌이다. 베수비오의 노란 토마토와 무화과에서 나오는 과실의 즐거운 단맛이 흰 치즈의 바디와 이어지고, 수분감이 좋은 부팔라의 촉감은 반죽과 어울리는 가운데 짠맛은 전체적인 해상도를 더한다. 아몬드로 질감에 변주까지 준 것은 이제 과하다고까지 생각이 들지만 아무렴 좋다. 귀퉁이의 기공을 살리기 위해 커팅을 하지 않다보니 멋대로 잘라 먹다보면 곤죽이 되어버리지만 함박웃음을 지으며 떠날 수 있다.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혹은 그냥 피자만을 위해서 달려온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홀로 피자를 찾아온 순례객들로 붐비는 피제리아 "페페"는 나폴리가 아닌 온갖 식문화가 몰려드는 전쟁터 파리에서 피자의 동시대성이란 무엇인가를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궁금할 사람들을 위해 위의 "부라타 트리콜로레"에 대해서도 이야기하자면 역시 큰 틀에서 열에 녹인 모차렐라대신 흐르는 듯한 스트라치아텔라로 텍스처의 일체감을 부여하면서 제노베제 페스토, EVOO, 다시 바질 잎까지 이탈리아 반도의 녹색 풀내음을 겹겹이 쌓아 한꺼번에 입안에 밀어넣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좋은 도우 위에서 뛰노니 가락마다 경쾌하다.

  • 같이 보기: 피자의 근현대사 1 2 3
  • 한국의 피자 나폴레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