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도 - 미래지향 피제리아
본지를 운영하면서 서울의 피자 나폴레타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결론에 이르렀다 생각한다. 서쪽의 브렛피자, 동쪽의 마리오네는 주관적인 개성과 객관적인 완성도를 두루 갖춘 곳이다.
이외에도 한국에는 수많은 나폴리식 피자 가게들이 있지만, 그들은 놀라운 유사함을 보인다. 사실, 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도 정해져 있고, 받는 교육도 정해져 있다. '베라 피자' 인증은 품질보증서보다는 체인점의 표지라는 느낌을 준다. 같은 밀가루, 같은 통조림 속 재료, 같은 화덕과 같은 레시피! 다른 것은 비가의 관리 상태라던가 그런 것 뿐인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이런 환경은 내게 나쁜 일만은 아니다. 한국 어디를 가더라도 기대한 그대로의 피자 나폴레타나를 볼 수 있다. 지리적으로 이탈리아에 훨씬 가까운 유럽에서는 오히려 이런 나폴리식을 추구하는 피자 가게가 많지 않은데, 한국에서는 소도시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 하지만 그런 피자 가게에 대한 경험은 보통 게재하지 않는다.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그러던 중, 간만에 색채가 있는 피제리아를 만났다. 송도국제신도시에 위치한 곳으로, 근방에 일이 있어 들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떠나기는 아쉬워 오기를 가지고 주변을 배회하던 중 발견했다. 첫 인상이 남달랐다. 선반 위에는 '모더니스트 퀴진'이 있고, 숫자가 붙은 AVPN 인증서나 카푸토 스폰서 마크가 있는 요리복이 아니었다. 사진으로 본 피자는 수분율을 높게 잡고 테두리가 풍성하게 부풀어오르도록 가공한, 카를로나 디에고의 영향을 받은 명백한 현대식. (관련된 이야기는 여기를 참조) 하지만 시선을 끄는 것은 메뉴의 몇몇 구성, 그리고 주방의 모습 그 자체였다. 피자 가게에서는 굳이 구비하지 않을 숯불-피자 화덕에는 숯을 넣는 것이 아니고, 거기 들어간 장작을 숯으로 쓸 수도 없다, 당연히-, 깨끗하게 라벨링되어 반투명한 용기에 담긴 재료, 피자이올로용으로 만들어진 긴 주둥이의 올리브오일 용기(Oliera라고 부른다)가 아닌 스퀴즈 보틀에 파이핑 백까지 구비되어 있다. 한국에서 본 모든 피자 주방 중 가장 현대 요리, 파인 다이닝을 위한 주방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돈 받고 파는 빵부터 이야기해 보자. (나는 일단 어느 식당이든 빵을 돈 받고 팔면 주문해본다. '식전빵'의 나라에서 그 의지를 높이 사기 때문이다) 피자 반죽을 그대로 구워내 엄청나게 부풀어오르는데, 여유가 있는 상황임에도 그다지 레스팅하지 않아 마치 펄펄 끓는 뚝배기를 받아든 것처럼 조심해야 했지만 그 속에는 유료인 빵의 가치가 있었다. 기분 좋은 사워도우의 신맛, 튼튼한 구조. 이 반죽으로 빚을 피자를 기대하기에는 충분했다.
위에 주문한 피자는 무려 계절 메뉴였는데, 피자 카프리초사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통상적인 카프리초사가 올리브와 프로슈토 코토로 한국식 '콤비네이션' 피자 같은 인상을 띄는데 반해 이 피자는 절인 아티초크와 버섯으로 영감에서 얻어낸 특정한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인 모습이었다.
먼저 아티초크, '리스토리스 로만'이 아니었을까. 절임 특유의 신맛이 약간 느껴졌다. 다음으로 따라붙는 것은 버섯. 샴피뇽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프랑스 요리에서 자주 보는 완전히 섬유질이 무르게 익히고, 향은 넉넉하게 피어오른다. 치즈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의도적으로 녹이지 않고 마지막에 올려 연속적인 유지방-짠맛의 흐름이 이어지고, 기분 좋게 부풀어오른 도우는 앞선 빵의 인상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카프리초사라는 주제에서 각 재료가 서로 존재감을 가리지 않으며 어울리는 인상을 뽑아냈다. 거기에 버섯과 아티초크의 섬유질이 존재감의 이후 코르니초네에는 봄나물을 잘게 다진 오일을 곁들이는데, 이것이 한 단계 더 나은 경험에 도움이 된다. 좋은 빵을 가졌지만, 미국식 배달 피자의 영향으로 버리는 것, 남기는 것으로 여겨져버리는 코르니초네를 위한 배려가 되면서도 봄 메뉴가 봄인 이유를 더한다. 아주 탁월한 기술은 아니지만, 도우에 약간의 봄내음을 적시는 것만으로 경험의 수준이 높아진다.
아직 이 가게가 완성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느꼈지만, 나는 이곳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보았다. 현대 요리의 기술은 물론 유행까지 녹아드는 피자. 나폴리에 대한 동경보다 소비자의 기호를 의식한 선택이라는 느낌도 있었지만 분명 배웠던 요리, 하고싶은 요리가 있고 그것들이 이곳의 화덕에 차차 녹아들 것이다. 전통이나 고향이 아닌, 현대적인 기술과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주방. 지금만큼이나 이후 이곳의 요리를 기대한다.
- 나중에는 "파인 다이닝 같은 피자"라던지 "파인 다이닝 셰프가 만드는 피자" 같은 이름으로 팔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 이런 호들갑에 훨씬 숙련된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내가 거들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