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사고 속에서 추상적으로 긴 기간을 표현하기에 '십년' 만큼 적절한 말은 없다. 큰 불행을 면했다면 십년감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집중해 노력할 때에는 십년한창, 타인의 권력의 끝이 달하기를 기다리는 저주의 말마저도 십년한창.
연말 분위기를 내볼 만한 게시글을 하나 써볼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연말이라고 해봤자 생각나는 아이디어라곤 성탄밖에 없었고, 파네토네나 슈톨렌에 대해 쓰기는 싫었다(때가 무르익을 날이 올 것이다). 대신 그런 이야기를 해보자. 망년회와 송년회라는 이름
농경에 진입한 이래 우리의 식탁에서는 무엇이든 우리의 손을 거친 것이 우선한다. 양에서도 질에서도 압도하는 인공생산물은 현대 과학과 만나 이전과는 비견할 수 없는 압도적인 풍요, 그리고 그에 걸맞는 압도적인 위기감을 동시에 가져다 주고 있다.
지난 모수 서울 리뷰에서 모수 이야기는 당분간 끝을 맺으려 했지만,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을 다루기 위해 바뀐 메뉴에 대한 언급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지점에 집중해서 가타부타를 간단히 따져보고자 한다.
식사
호스피탈리티 산업에서 식음료와 숙박 간의 관계는 리츠 호텔과 에스코피에의 관계만큼이나 가깝지만, 본지에서 호텔에 대한 언급은 가능한 피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본지의 존재 이유, 즉 저자가 읽고 싶지 않은 글을 피하려는 목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