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젤로 - 이제 이탈리아는 그만

엠젤로 - 이제 이탈리아는 그만

본지의 영원한 등재요건인 특정 맛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순위는 높지 않았으나 홍보용 소셜 미디어의 소개문구가 나를 이끌었다.
"피렌체 스타일의 클래식 젤라또 전문점". 과연 이 말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첫째로, 피렌체 스타일은 무엇인가? 이런 요리에 있어 피렌체식alla Firenze이라고 한다는 특징이 무엇일까? 둘째로, 클래식은 무엇인가? 아이스크림에 있어서 고전적이라는게 전형적인 몇 가지 맛을 말하는 것인가? 혹은 제조법? 나머지 젤라또와 전문점 역시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다. 어디서부터 젤라또인가? 이탈리아 업체에서 구매한 기계로 만든다고 모두 젤라또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문점 역시. 단지 특정한 상품을 취급한다고 오로지(專)라는 뜻의 깊이에 닿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밤을 넣어 만든 젤라또와 피스타치오 두 종류를 골랐다. 이탈리아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면서도 "좋은 피스타치오"라는 말로 어물쩡 넘어간 포스터가 이탈리아산 피스타치오를 쓰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결국 재료는 맛이라는 결과물에서 나타나야 의미가 있지 않겠나?

엠젤로의 아이스크림은 그래서 어땠는가. 처참했다. '그만' 연작을 다시 이어붙이기에 충분한 절망이었다. 두 아이스크림 모두 얼음 결정이 너무나 커 얼음이 씹히는 소리가 턱뼈를 타고 청각기관까지 생생히 전해진다. 인간적인 감정을 떠나서 제품으로서 하자가 중대, 명백했다. 엉망으로 얼어붙은 덩이들은 이내 지나치게 빠르게 녹는다. 두 종류 모두 견과류를 완전히 페이스트로 만들지 않고 딱딱하게 씹히는 채로 집어넣은 형편이므로 이러한 박자는 더더욱 큰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밤과 피스타치오를 이로 으깨며 불편하게라도 맛을 찾아내고자 하는 움직임 사이에서는 얼음덩이들이 저항하더니, 맛을 펼치지 않고 녹아내린 뒤 입안에는 씹을 것들만 굴러다니는 상황으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맛이 엷은 베이스, 그를 모른 척 하는 레시피.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려운 보관상태. 이것이 정녕 이곳에서 내세우는 피렌체의 가치일까? 단지 이런 제품을 포장하기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가져다 쓸 수 있었던 것일까. 이 한 컵으로는 피렌체 스타일, 클래식, 젤라또, 전문점 그 어느 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한 켠에는 미리 퍼담은 아이스크림 파인트가 잔뜩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 냉동고에 달린 디스플레이는 가게에 들어올 때는 영하 16도, 나갈 때는 영하 19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정말 이게 무슨 참사인가. 이러한 불행은 내게 너무나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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