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타나카 라멘 - 디테일 부족의 힘

하타나카 라멘 - 디테일 부족의 힘

라멘은 여러분께 얼마나 일상적인 요리인가? 서울 각지를 천천히 떠올려보면, 아직은 "조금은 의미 있는 점심식사" 정도가 보편적으로 통하는 정서라 생각한다. 물론, 라멘이 아예 식사의 옵션이 되지 않는 상당수의 사람들을 제외할 경우에만 말이다.

그 존재 자체는 즉석 식품으로도 쉽게 만날 수 있을 만큼으로 보편화되었지만, 과연 만족스럽게 부흥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젊고 굶주린 미식가들의 "돈카츠"와 함께, 라멘은 놀랍도록 숭배받으면서도 초라하다.
돈카츠의 기술이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전형적인 형식의 외식을 주제로 하는 곳부터 제마다 저온과 라드, 혹은 일종의 한 끼 식사로서의 구성, 다른 요리와의 접점 등 외식으로서 가능을 모색하는 곳들을 고루 수록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오히려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형식은 굳어진다. 얹어지는 것은 거짓말 뿐인가.

라멘도 그렇다. 근래 불법 번역이 되었다고, 주변에서 「라면요리왕」의 속편을 두고 말이 오갔다. 본 블로그에서는 이미 불법 번역 이전에도 언급한 있으므로 굳이 곱씹지는 않겠지만, 해외 미디어를 접하면 느끼는게 좀 있지 않은가. 우리가 숭배해 마지않았던 것들이 그다지 신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거기에 더해서, 불법 번역자들에게 기대야 할만큼 시원찮은 국내 음식 담론의 지평도 고민은 좀 해보아야 한다. 한국어로 제시되는 레퍼런스가 없으니 마치 존재하지 않는 세상 취급을 받고 있지만, 세계에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이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신기한" 취급을 받는다. 마치 서구의 정복자들이 수백년 전 동아시아 사람을 봤을 때처럼!

노고를 깎아내리거나 카피로 단정짓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레시피에 저작권은 없고, 맛없는 요리도 만들기에 나름대로 고생이 들어간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우리가 주고 받는게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만드는 이의 인생과 먹는 이의 인생의 교차점이 식탁 아닌가. 나는 그 사이에 거짓이 존재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추켜세워지거나 깎아내려지거나 모두 거짓이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음식 세계에 무엇이 그렇게 거짓인가. 적어도 이 도시에서는 가격대가 올라갈수록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가격을 정당화하는 것이 거짓말인 경우들이다. 가격이 올라가면서 제 나름의 가치관과 이유를 늘어놓지만 과연 부끄러움 없이 내놓을 만한 요리가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멘은 일본이고 한국이고 수많은 "라오타"들에게 둘러쌓여, 그들의 인생의 존재의미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음식이라는건 과연 그런 형태로 마주할때 유쾌하기가 어렵다.

하타나카 라멘의 「쇼유대창라멘」은 KRW 9500이다. 만 원에 아슬아슬하게 마주하고 있어, 다시 만 원의 벽 타령을 하게 만든다. 그 가격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스프와 대창이다. 대창을 올리지 않은 기본 라멘만 해도 KRW 9000,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수준 이상을 보여줄 이유가 있는 가격대이며, 거기에 대창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식이라는 그림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주문을 하면 고명으로 얹을 대창을 불에 적당히 볶고 스프 또한 작은 냄비에 덜어서 다시 끓여내는 식인 듯 하다. 그리고 받아든 KRW 9500의 라멘은... 실격. 불덩이 같은 상태 그대로 내는 꼴이 꼭 팔팔 끓는 삼계탕과 된장찌개의 그 저주의 검은 솥을 떠올리게 했다. 신체만큼 정신도 충격을 받았다. 곧바로 입 곳곳에 상처를 가득하게 만들 음식에 맛이 있는가. 고통이 있을 뿐이다. 고온에서 힘을 내는 음식이라면 담는 접시를 뜨겁게 보관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보온은 고민해야 한다. 그 한식의 돌솥에서도 찾을 수 있는 지혜가 아닌가. 음식을 끓는점 가까이 내는게 아니라.

이 이상으로 더이상 궁시렁거릴만한 여지도 없는 음식이지만 그래도 남은 열정을 긁어모아 나머지를 맛보았다. 나름대로 야채나 건어물 등을 써서 단맛과 감칠맛을 우려낸 국물은 미약한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와서 이런게 다 무슨 소용인가. 스프 열심히 끓이고 이상한 토핑 얹으면 어쩔 것인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인 것을! 이른바 일본적인 정신-바로 사소한 기본에 대한 집착과 가장 정 반대편에 위치한 음식이었다. 그래, 이게 바로 우리식 고급 라멘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