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에르메, 와인에 대해 말하다

피에르 에르메, 와인에 대해 말하다

4월 20일자 르 몽드에 실린 피에르 에르메와 르 몽드 문화부 기자 Stéphane Davet이 가진 인터뷰의 내용을 편집하여 소개한다. 상단의 사진의 이스파한과 게뷔르츠트라미너의 이야기는 이미 여러 차례 다룬 만큼(피에르 에르메 아오야마점의 기사 참조) 피에르 에르메가 와인을 통해 얻은 영감을 활용한다는 점은 적어도 우리 독자들이라면 잘 알고 계시리라(그리고 그의 고향이 어디인지까지).

냉장고보다 긴 역사를 지닌 서양 제과에 있어 알코올은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였지만, 시대의 발전에 따라 알코올으로 전달하는 맛은 생과일 따위보다 열등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오늘날 알코올에 큰 관심을 가지는 파티셰는 동아시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나리타 카즈토시 정도가 예외로 기억날 뿐이다(국내에는 이재인 파티시에가 떠오른다).

잡설이 길었고, 그래서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 오늘의 내용물을 만나보자. 헤드라인은 "와인 테이스팅은 파티세리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음료 문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많은 젊은 파티시에들에게 의미 있는 글이 될 것이다.

3대에 걸쳐 콜마르(Colmar)의 제과제빵점을 물려받은 피에르 에르메는 1990년대부터 프랑스의 스위트 씬을 혁신하며 시그니처 갸또와 마카롱으로 제국을 건설했다. 4월 29일 불바르 드 카푸신(boulevard des Capucines, 파리 2구)에 초콜릿 전문 부티크를 열기도 한 그는 꼬미 시절부터 와인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4월 11일 파리 사무실에서 만난 피에르는 와인 애호가로서 집착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당신은 콜마르 출신인데, 와인에 대한 사랑의 원천은 알자스에 있는 것인가?
아버지가 제과제빵점을 운영하고, 와인을 좋아하기도 하셨지만, 전문적인 지식이 많은 분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게는 먼 삼촌 마르셀 뮬렌바흐(Marcel Mullenbach)이 있었는데, 그는 니더모르슈바이어(Niedermorschwihr, 프랑스명 Haut-Rhin) 마을에서 와인을 만들었다. 나는 삼촌으로부터 와인 제조법, 알자스의 포도 품종, 와인의 숙성 능력에 대해 많이 배웠다. 덕분에 취하기도 많이 취했다. 항상 시음을 잔뜩 시켜주셨거든(웃음).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도멘 쇼피트(Domaine Schoffit)에 빵을 배달하러 간 기억도 난다. 쇼피트는 아직까지도 알베르트 만(Albert Mann), 마르셀 다이스(Marcel Deiss), 알베르트 복슬러(Albert Boxler), 도멘 바인바흐(Domaine Weinbach), 카이저스베르크(Kaysersberg)와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알자스 와이너리 중 한 곳이다.

와인에 대해 깊이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였나?
1970년대 말, 파리 르노트르에서 견습으로 있을 때 친구와 함께 저녁 시간에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가 설립한 사립학교인 아카데미 드 뱅(Académie du vin)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그는 라 카브 데 라 마들렌(La Cave de la Madeleine)이라는 유명한 가게의 주인이기도 했다. 그 후로는 책을 사서 계속 공부했다.

어떤 동기가 있었는가?
나는 와인을 좋아했지만, 잘 이해하지 못했다. 와인을 더 잘 감상하기 위해서는 포도 품종, 떼루아, 지역적 관행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학습을 통해 맛을 익히고, 느낌을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고, 이는 파티시에로서 나의 직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당시에 우리[파티시에들]은 미각을 형식화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와인 수집에도 열정이 있었는가?
그렇다, 당시 내가 가진 수단을 사용해 최선을 다했다. 많은 비용을 치렀는데, 예를 들어 1970년대 말에는 월급의 오 분의 일을 털어 샤토 디켐 1968 빈티지를 구입했다. 그 해는 그렇게 유명한 빈티지는 아니었지만, 이켐의 와인이니 좋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위대한 소테른 와인을 맛보고, 친구와 그 달콤한 사프란 맛을 느끼며 우리 앞에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언제부터 와이너리를 방문하기 시작했는가?
그때부터 아까 말한 친구와 함께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르도와 남서부로 3주간의 휴가를 떠나 와인을 맛보고, 구매하기도 했다. 그 중에는 샤토 오 쉬르제(Château Haut-Surget)의 포므롤도 있었는데, 작지만 지금도 아주 훌륭한 와이너리다. 이외에도 베르주라크(Bergerac), 몽바질락(Monbazillac, Dordogne) 등을 들렀다. 하지만 샤토 마고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했다(웃음).

첫 와인 여행의 수확은 어떤 게 있었나?
와인메이커들을 만나는 즐거움. 내 와인에 대한 접근 방식의 핵심이기도 하다, 와인메이커를 알고, 그들과 나누는 것. 내 까브에는 약 2,000병의 와인이 있는데, 그 중 70%는 내가 와인메이커가 누구인지 직접 알고 있다. 사실, 그 중 일부는 보파사주 그르넬로(파리 7구)에 있는 티룸 겸 레스토랑인 카페 피에르 에르메의 리스트에 넣어뒀다. 그 리스트에는 도멘 카트린 데 피에르 브레통(Catherine et Pierre Breton)의 부르괴이유(bourgueil), 장 포이야르( Jean Foillard)의 모공(morgon), 스테판 오지에(Stéphane Ogier)의 비오니에 <드 로신>, 빌카르 살몽의 샹파뉴 로제, 알렉상드르 바데르(Alexandre Bader)나 샤토 트롱퀴-랄랑드(Château Tronquoy-Lalande)와 같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와인메이커나 소유주들의 와인만 포함되어 있다.

젊은 시절, 피에르 에르메는 보르도 와인에 푹 빠졌던 것 같은데?
아카데미 드 뱅에서의 교육 때문이었다. 그 당시 보르도는 와인의 왕으로 군림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한 교수가 멋지게 분석해낸 레오빌 라스 카스(Léoville Las Cases)가 있다. 마치 하나의 계시를 내리는 듯. 초보자일 때 1855년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세는 기준이 되는 척도 같았지만, 그것이 반드시 현실과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니다. 나중에는 보르도 와인을 조금 멀리했지만, 최근에는 샤토 벨-브리즈(Château Belle-Brise)와 같은 멋진 와인을 발견하기도 했다. 나는 그 와인의 소유주인 앙리 드 코앵시(Henri de Coincy)와 연락한 후, 구매하기 전에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그는 기꺼이 나를 만나주었고, 맛있는 아르마냑 라 퐁텐 드 코앵시(La Fontaine de Coincy)도 가져와 주었다.

카브에 다른 지역의 와인을 수집하게 된 계기가 있나?
대부분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가끔은 와인메이커의 대리인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고인이 된 도미니크 레제트(Dominique Rezette, 라두아-세리니에서 L'Auberge de la Miotte라는 레스토랑을 경영, 부르고뉴 전문가이자 코쉬 뒤리 수집가로 유명했다)는 내게 부르고뉴를 알려주었고, 마 풀(Ma Poule)이라 불리는 루아르 전문가 필리프 노예(Philippe Noyé)같은 사람도 있다. 또 보클뤼즈(Vaucluse)의 루말랭(Loumarin)에 있는 스타 셰프 렌 사뮈(Reine Sammut)의 남편인 기 사뮈는 내가 랑그독과 론 와인을 배울 수 있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는 로랑 타르디유(Laurent Tardieu, 론의 유명 생산자 Tardieu-Laurent을 뜻하는 듯)를 소개해 주었으며, 도멘 하야스(Rayas)의 코트 뒤 론과 샤토뇌프 뒤 파프, 앙리 보노(Henri Bonneau)의 레제르브 드 셀레스탕(Réserve des Célestins, CDP 퀴베 중 하나)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런 와인들은 제대로 감상하려면 약간은 공부가 필요한 와인들이다.

1990년에는 다른 사람들, 예컨대 피누셰(Pinuche)라 부르는 바라탱(Le Baratin, 파리 20구)의 소믈리에 필리프 피노토(Philippe Pinoteau), 중개상인 장-크리스토프 피케-부아송(Jean-Christophe Piquet-Boisson, 과거 Taillvent의 소믈리에였다), 다니엘 제롤트(Danièle Gérault), 카비스트(Cavist, 레스토랑이나 샤토의 카브 담당자)인 마크 시바르(Marc Sibard), 르 사비뇰(Le Chavignol)을 소유한 레지 르 바르(Régis Le Bars) 등이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과 비오다이나믹 1세대 와인메이커들을 소개해 주었다. 그들은 태동하는 비스트로노미와 와인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법을 어울러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론의 다르 에 히보(Dard et Ribo)가 만든 가벼운 질감과 부드러움을 갖춘 시라를 처음 맛본 기억이 난다. 가끔 어떤 병은 예상과 다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코르시카 와인을 좋아하는 것 같던데...
코르시카 와인에 대한 내 관심은 모나코의 알랭 뒤카스 레스토랑 르 루이 XV에서 즐긴 장-폴 젠틸(Jean-Paul Gentile)의 무스카트 뒤 캅 코르세(Muscat du cap Corse, 코르시카의 AOC로 주정강화와인 중 하나인 뱅 뒤 나튀렐)을 맛본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그 뒤 패트리모니오(Patrimonio, 윗코르시카)의 와인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앙투안 아레나(Antoine Arena)를 만나 코르시카 포도 재배의 놀라운 진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아작시오(Ajaccio)의 카비스트인 니콜라 스트롬볼리(Nicolas Stromboli)를 만나며 완성되었다. 나는 코르시카를 사랑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와인 중 하나는 이브 카나렐리(Yves Canarelli)의 퀴베 <타라 디 소뉴(Tarra di Sognu)>로, 루즈와 블랑 모두 있으며 필록세라의 영향을 밭지 않은 포도밭의 포도를 사용한다. 또한 보니파시오(Bonifacio, 아랫코르시카)에 몇 년 전 설립된 도멘 주리아(Domaine Zuria)의 발전을 따라가는 것도 매우 즐거웠다. 그곳의 <크로치(Crocci)> 블랑과 <틴티누(Tintinu)> 루즈는 매우 놀라웠다.

파티셰로서의 명성이 유명한 와인메이커를 만나고, 특정한 레스토랑이나 일부 특권층에게만 예약을 받는 와인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었나?
그렇다, 내가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가 가진 지위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나는 여러 도멘에서 와인을 배정받을 수 있는 특권이 있지만 보통 세 병에서 여섯 병, 아니면 열두 병만 구입한다. 나는 와인을 수집하거나 투기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고 나누기 위해 구매한다. 예를 들어, 한 30년 전에 랑그독의 라 그랑주 데 페흐(La Grange des Pères)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나는 랑그독 와인의 복잡성, 강렬함, 향기로운 노트에 매료되었다. 이후 생레미드프로방스(Saint-Rémyde-Provence, 부슈 뒤 론)의 도멘 드 트레발롱(Domaine de Trévallon)에서 개최된 엘로이 뒤르바흐(프로방스의 유명 와인메이커, 2021년 작고)의 만찬에서 로랑 바이예(Laurent Vaillé, 2021년 작고)를 만날 수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디저트를 준비해달라고 부탁받은 덕에 만날 수 있었다. 그 자리에는 제라르 샤브(Gérard Chave, 도멘 장 루이 샤브의 와인메이커), 장-루이 샤브(Jean-Louis Chave)같은 신화적인 와인메이커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와인매니아(Oenophile) 셰프들과 특별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나?
내가 브루노 베르후스(Bruno Verjus)를 알게 된 것은 그가 타블르(Table, 파리 12구)에서 두 번째 별을 받기 한참 전이었다. 그는 나의 와인 여행의 오랜 동반자 중 한 명이다. 우리는 1990년대 초 아비즈(Avize, 마른)의 안셀름 셀로스를 만나러 가기도 했다. 나는 안셀름 셀로스의 샴페인과 곧바로 사랑에 빠졌지만, 너무 와인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어 모든 사람이 찾는 샴페인은 아니었다. 또, 장-프랑수아 피에주(Jean-François Piège)만큼 와인을 잘 아는 요리사가 또 없다. 우리는 M6 채널의 Le Meilleur Pâtissier : les professionnels 방송에 함께 출연하면서, 촬영하는 15일 동안 와인 이야기를 나눴다.

동료 파티셰 중에는 와인 애호가가 있는가?
진정한 와인 애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오댕쿠르(Audincourt, 도브)의 에릭 베르뉴(Eric Vergne), 알비(Albi)의 미셸 벨랑(Michel Belin, 나고야에 그의 초콜릿 가게가 있다)같은 파티셰들. 미셸 벨랑은 내게 가이약의 토착 포토 품종 전문가인 로베르 플라쥘(Robert Plageoles)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와인과 어울리는 파티세리는 어느 게 있을까?
나는 디저트와 와인을 너무 좋아하더라도 그 둘을 반드시 함께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랑 포트 와인이나 모리(Maury)의 와인이 초콜릿과 잘 어울릴 수 있지만, 제과와 스위트 와인의 조합은 종종 중복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특히, 요즘 제과는 설탕을 줄여나가는 추세에 있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랑 소테른과 같은 스위트 와인을 아주 좋아하지만, 식전주로 제공하는 것을 선호한다.

와인이 영감을 준 파티세리가 있을까?
이스파한, 장미와 라즈베리, 리치를 조합한 것으로 이야기가 있다. 처음에는 '낙원(Paradis)'이라는 이름으로 장미와 라즈베리를 사용했는데, 실제로 장미와 리치의 향이 나는 게뷔르츠트라미너 와인을 맛본 다음 이 세 가지 맛을 결합할 아이디어를 얻었다.

다른 예시는 없나?
스페인의 스위트 와인인 헤레스의 PX로 만든 건포도로 맛을 낸 마카롱을 만들었고, 포숑(Fauchon)에서 일할 때는 샹파뉴를 이용한 사바용으로 만든 디저트, 폴리(Folie's)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건 실수였다. 그 디저트에서는 샹파뉴의 매력을 찾을 수 없었다.

와인은 궁극적으로 파티셰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가?
친구들은 나보고 종종 내가 파티세리보다 와인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약 10년 전, 나는 와인이 맛을 감별하는 능력에 아주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