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메구로 피자 세이린칸 - 피자 나폴레타나

나카메구로 피자 세이린칸 - 피자 나폴레타나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까지 먹을 음식은 없다. 사생활에서도, 본지의 운영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나름의 규칙이다. 비슷한 걸로는 "그렇게 예약이 어려워야하는 음식은 없다"도 있다. 비단 음식 뿐이겠는가. 인간의 부질없는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불쾌함은 요새 어느 분야에나 있다.

비 오는 날의 세이린칸은 아슬아슬하게 이 황금률을 빗겨나지 않았다. 비가 와서였을까, 한 번 지나가보는 정도로 생각했지만 다행히 금새 착석할 수 있었다. 줄만 아니라면 흥미로울 요소는 충분한데, 무엇보다도 피자의 구성이 그렇다. 마르게리타와 마리나라 2종, 1,500 JPY. 그나마도 1천엔이었던 가격이 오른 것이다. 물론 안티파스티와 파스타가 여럿 있기는 하지만 피자 가게이고, 피자만 이야기해도 충분하다.

세이린칸의 도우는 AVPN 기준에 비해 발효 기간이 상당히 길고, 풀리쉬나 비가가 아닌 이스트를 사용하는 느낌이다(정확한 레시피는 모르지만 확신한다). 질감은 피자 도우치고 상당한 여유가 느껴지며, 미디어에서 자주 주목하는, 인위적으로 기공을 늘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부드러운 정도는 썩 유사하다. 빵 자체의 염도는 낮지만 베어 물어보면 순간순간 입맛이 당기는 순간이 있는데, 토핑의 힘으로 보인다. EVOO 특유의 풀내음이 강하지 않음에도 지방으로 입맛이 당기는 것 역시 어떤 꼼수를 쓴 느낌이다.

반죽 하나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기에는 술수에 술수가 더해진 복잡한 상업 제품이다. 큰 돈을 벌기에는 글러먹은 설정이지만 피자족들에게 가르침을 남기는 데는 성공했다. 바질을 구워버리는 것은 항상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세이린칸의 피자는 그런 지점을 너무나 사소하게 만들었다. 토마토도 단순 통조림이 아니라 무언가 수가 있는 듯 한데 더 이상 파헤치려 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세이린칸의 피자는 두 지점에서 특별하다. 하나는 자신만의 피자라는 점, 둘은 하나가 보편적으로 옳다는 점. 그리고 셋은 그걸 마리나라와 마르게리타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 피자 나폴레타나에 대한 그 마음이 느껴지는 한 판이었다.

  • 같이 보기: 피자의 근현대사 1 2 3
  • 한국의 피자 나폴레타나
  • 외국의 피자 나폴레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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