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서울 호텔편

미쉐린 가이드 서울 호텔편

미쉐린 가이드에는 원래도 호텔 가이드가 있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미쉐린 가이드마저도 그것을 느꼈는지, 미쉐린에서는 레스토랑과 동일한 등급제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별 대신 '키'를 사용한다. 독일의 Bareiss, 프랑스의 Cheval Blanc 등 '목적지' 레스토랑을 가진 호텔들이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고, 크게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호텔 자체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가온/라연-라연-모수 서울-밍글스로 3스타를 공란으로 두지 않고 채워넣는 반면, 호텔에 대해서는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서울에는 3키 호텔이 없다.

전국을 통틀어 2키를 받은 곳은 두 곳, 시그니엘 서울과 시그니엘 부산이다. 1키에는 6곳이 선정되었는데, 신라호텔, 포시즌스 호텔 서울, 조선 팰리스, 아트파라디소 파라다이스 시티, JW 메리어트 제주 리조트 앤 스파,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이다. 제주와 인천을 포함한 것이 눈에 띄지만, 한국에서 위상이 높은 소공동 조선호텔은 노 키, 3스타를 품었던 호텔인 신라호텔이 2키도 아닌 1키라는 점에서 미쉐린이 서울의 호스피탈리티를 꽤 냉혹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공식 블로그 게시물에서 야닉 알레노와 브루노 메나르-나는 그가 지금도 시그니엘 부산의 라운지를 기억은 하는지 모르겠다. 그의 포트폴리오에도 시그니엘 부산이 없다-를 언급하는 것을 보면 세계적인, 특히 이름값 있는 프랑스 요리사의 존재가 상당히 고려되었을 것이고, 심지어는 그것이 1스타를 소유한 조선 팰리스나 포시즌스 호텔 서울, 2스타를 소유한 신라호텔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는데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시그니엘 서울과 같은 경우 명실공히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라는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세계적인 호텔 체인의 최상위 브랜드라는 이유로 선정된 것 같은 호텔들과 서울의 호스피탈리티 산업을 대표하는 국내 브랜드가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마 많은 사람들의 인식과는 다르리라 생각한다.

물론 3키를 받은 아시아권의 다른 호텔-주자이거우의 리츠칼튼 리저브, 로즈우드 홍콩, 래플스 호텔, 팰리스 호텔 도쿄 등-과 비교해서 우리에게 3키는 전적으로 무리라 생각한다. 서울의 호텔이 열악하거나 수준이 낮다는 말보다는, ADR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스위트룸의 비중이 높지 않고, 반면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로 대표되는 서비스의 장벽은 낮춰 혼잡한 뷔페에서 하루를 전부 보내는 객들 속에서 RevPAR같은 값은 그다지 기대도 되지 않는다. (조식 뷔페-해피아워-저녁 뷔페라니! 이건 휴식이 아니라 전쟁이다)

물론 값비싼 초호화 호스피탈리티 시설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세계적인 관광 대국이 가득한 입지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지만 그야말로 가성비 안나오는 소비의 대표격인 호텔에서도 어렵다면 그 부대격 되는 산업들 역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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