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팀보카 - 흰 피자
배달피자 비앙카라는 글이 바로 떠오르셨다면 당신이 나의 애독자이다. 그런 존재를 모르시는 당신도 나의 손님이니 걱정하지는 마시라.
와인으로부터 그 용례를 따라온 듯한 레드와 화이트라는 구분은 이탈리아 요리, 특히 파스타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토마토 베이스와 크림 베이스라는 가장 전형적인 스타일의 존재 덕분으로, 여러 사람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방문하게 될 때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다. 물론, 리구리아 스타일의 제노베제나 시칠리아 스타일의 피스타치오 베이스와 같이 녹색이라거나 하는 등 토마토의 여집합에 백색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캄파니아의 상징과도 같은 알리오 올리오라고 하면 오일에 약간의 녹색빛이나 노란빛이 있기는 하지만 무색에 가깝다.
서구권에서는 파스타보다는 피자에 있어 이러한 분류가 더욱 잘 알려져 있다. 나폴리의 마르게리타부터 뉴욕의 페페로니 치즈 피자까지 빨간 피자가 피자의 상징이 되었지만 이탈리아의 북부, 미국의 동부 해안 지역 등 토마토 없이도 매력적인 피자를 빚어내는 곳들이 있고, 그 피자에는 토마토가 없다.
흰색을 띄는 이유는 역시 흰 치즈, 즉 숙성 기간을 오래 거치지 않은 소프트 치즈 덕이므로 이런 피자의 덕목은 결국 이 치즈를 풍성하게 맛보는 데 있다. 풍성하다의 의미가 반드시 치즈의 많고 적음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너무 적어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치즈가 가지고 있는 유지방의 맛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풍부하게 느껴지면서도 부담스러움으로 다가오지 않아야 한다. 고르곤졸라에 꿀을 찍어먹도록 시키는 스타일부터 화이트 클램 파이같은 방식까지 길은 열려있다.
살팀보카에서는 스트라치아텔라의 집중도 높은 지방과 매혹적인 질감을 프로슈토, 바질과 함께 담아내고 있었다. 쌓아낸 나머지 도우가 스스로 견디지 못하는 지경이므로 둥글게 말아내어 먹게 되는데, 자연스레 한 입에 담기는 많아져 첫 한 입의 만족감은 참으로 크다. 입안을 촉촉히 적시는 치즈부터 푸성귀의 그리움을 살짝 남기고 가는 바질까지 강렬한 자극의 숏비디오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렇지만 두 번째 조각부터는 의혹이었다. 나폴리에서 주로 저렴하고 회전이 빠른 가게에서 많이 발견되는 느낌의 연한 느낌인데 수분감 좋게 부풀어오르기는 굉장히 좋게 부풀어올랐으나, 단백질이 만족스럽게 응고되지 않아 무겁고 끈적한 느낌을 준다. 치즈와 오일에 담뿍 젖으니 이러한 무게감은 한층 더 본격적으로 다가온다.
기억에 원래 라치오 스타일의 네모 피자를 파는 곳이었으므로, 근래의 변화에 빠르게 배부를 수는 없다고 하겠으나, 걸음이 급해보였다. 멋진 비주얼이지만, 서울에서 멋진 비주얼의 코르니초네는 그 자체로는 좋은 전략이 아닌 듯 하다. 그래도 피자인들은 아직 멋진 피자보다 맛있는 피자를 찾는 것일까? 이날 점심은 참으로 여유로웠다.
나중에는 본분을 다하기 위해 살팀보카를 먹어볼 기회도 있었다.
- 같이 보기: 피자 나폴레타나
한국
마리오네
로쏘 1924
비바나폴리
브렛 피자
핏제리아 달 포르노
경일옥 핏제리아
지아니스 나폴리
해외
나카메구로 피자 세이린칸
Bæst
Ribalta NYC
Peppe Pizze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