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my gelato - 자영업 그만?
본지의 게재 조건 1순위는 '바닐라가 있을 것'이므로 이곳 역시 자연스레 취재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몇 번이고 나 스스로를 말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첫째는 카운터에서 곧바로 보이는 주방의 환경. 쿡탑 위에 냄비 몇 개와 저렴한 칼피지아니 테이블탑 기계의 구성이 그랬고 둘째는 피로하고 귀찮은 톤의 응대가 그랬고 셋은 바닐라 젤라또를 주문했는데 바닐라 시럽을 위에 뿌리는 설정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가 그랬다. "평범한 맛없음"은 게재 대상이 아니지만 이곳은 조금 특별했다. 아니 어쩌면 많이.
음식만 보았을 때 이런걸 돈 받고 파는가 싶은 물건들은 더럿 있지만 이 가게는 종합적인 경험에서 비슷한 나쁜 예들을 초월했다. 엠젤로, 적어도 친절하다. 아이스크림 소사이어티, 자리가 좋다. 글레이셔 박. 튀일이라도 꽂는다.
단기 교육을 마치고 기기와 반제품은 구매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전국적으로 개인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과거 서울 전역에 구별로 하나 쯤 있는 정도라 했는데 이제는 그보다도 훨씬 찾기 쉬워지고 있다. 그런데, 혹은 그러다보니 이런 가게를 만난다. 시간이 지나도 녹을 기미도 보이지 않는 아이스크림은 밋밋하고(왜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을까? 이제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엉성하게 올린 바닐라의 향은 잘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그마저도 미약하다. 제과에 대해 무관심한 것을 넘어 기존 제과의 문법에 대한 조소, 혹은 모독을 목적으로 하는 레시피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왜 크렘 파티시에를 만들 때에는 바닐린을 깎아서 섭씨 79도로 데울까? 그렇지 않은 결과물과의 향과 점도 차이를 한 번만 느껴보면 이해할 수 있는 기초 중의 기초이다. 79도라는 숫자는 잊어도 좋다. 결과를 이해할 수 있다면 다른 크림은 다르게 만들 수도 있다. 아이스크림도 큰 틀에서 하나의 크림이라면 원리가 다르겠는가? 누가 이런 가게를 말리지 않았나.
- 같이 보기:
이제 농담은 그만
이제 제발 그만
이제는 수퍼 그만
이제 이탈리아는 그만